14일 예정된 ‘스파이 명월’ 촬영에 불참해 구설에 오른 배우 한예슬. 사진제공|KBS
조형기 등 선후배들은 온종일 기다려
제작진 “방송까지 펑크 위기 난감하다”
주연 여배우의 촬영 거부로 드라마가 결방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까.
연기자 한예슬이 주연을 맡은 KBS 2TV 월화드라마 ‘스파이명월’ 촬영에 불참해 드라마가 결방 위기를 맞고 있다.
‘스파이명월’은 당초 14일 오전 7시30분부터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한예슬은 이 날 오전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제작진에게 촬영 불참을 통보했다. 제작진은 한예슬을 설득해 촬영에 복귀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오후 8시 다른 출연자들이 자기 분량 촬영을 끝내고 철수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한예슬의 촬영 거부 파문으로 문정혁, 조형기, 유지인 등 함께 촬영을 하는 연기자는 물론 스태프들도 이날 아침부터 그가 현장에 복귀할 것을 대비해 대기하는 고생을 했다. 촬영 스태프는 연기자들의 철수 후에도 한예슬의 복귀에 희망을 걸고 현장에서 대기 했다. 하지만 14일 까지 다음 날 방송할 11회 촬영을 마치지 못한 상태라 결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스파이 명월’의 제작사 이김 프로덕션의 한 관계자는 14일 밤 스포츠동아와의 전화 통화에서 “15일 방송할 11부도 다 찍지 못했다”면서 “어떻게든 결방을 막기 위해 15일 오전까지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이날도 한예슬이 촬영에 빠지면 결방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난감해 했다.
한예슬은 이에 앞서 12일도 예정 촬영 시간보다 8시간이나 늦게 현장에 오는 등 그동안 여러 차례 제작진과 촬영 일정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 제작관계자에 따르면 12일에는 “남자배우도 힘들어하는 스케줄인데 여배우가 조금 늦어도 되지 않냐”고 말해 동료 출연진과도 고성이 오가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고 한다.
한예슬의 촬영 태도 논란은 ‘스파이 명월’ 초기부터 불거졌다. ‘제작진과 대본, 연출 등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본인만 주5일 촬영을 고집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하지만 이 때마다 제작사와 한예슬 측은 “와전된 이야기”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촬영 과정에서 제작진과 연기자가 부딪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한예슬의 경우처럼 주연 여배우의 펑크로 드라마가 결방을 맞는 사태는 드물다.
‘스파이명월’에 출연 중인 한 연기자 측은 “그동안 참고 넘어갔지만 더 이상은 힘들다. 한 명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10회 마지막 때 한예슬이 영화 ‘쉬리2’를 연기하며 죽는 장면이 등장한 것을 두고 중도하차를 예고하는 복선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시작부터 구설이 끊이지 않은 ‘스파이 명월’은 시청률이 한자리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민정 기자 (트위터 @ricky337)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