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파손·난동·오물투척 ‘야구 훌리건’만은 안된다

입력 2011-08-2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응원팀을 아끼고 염려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난입해 소요사태를 일으키고 선수단 버스를 가로 막아 ‘청문회’를 여는 집단 행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 출범 30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가 사상 첫 600만 관중 시대를 눈 앞에 두는 등 새로운 중흥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18일 문학과 잠실에서 동시에 벌어진 집단행동을 놓고 팬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청문회 같은 경우 ‘팬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권리’라는 주장도 있고, ‘아직 시즌 중이고 가능성이 남아있어 지금은 질책보다 응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애정표현을 어떻게 하느냐는 주관적 가치가 개입될 소지가 다분하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경기 중 그라운드에 오물을 투척하거나, 욕을 하는 행위는 같은 입장인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라운드에 단체로 난입해 잔디를 손상시키고 기물을 가져가는 행위는 특히 더 그렇다.

한국야구위원회 한 관계자는 19일 “야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응원팀에 대한 실망이 더 클 수도 있겠지만 삐뚤어진 모습의 단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SK 구단은 일부 팬들의 소요사태로 약 3500만원의 금전적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단순히 금전적 손실 뿐만 아니라 일부 팬들의 몰지각한 행동은 선의를 가진 대부분 팬들의 의사를 왜곡해 전달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또 일부 팬들의 과격 행동이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SK 구단은 다음 주중 문학에서 예정된 두산과의 홈경기에도 팬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포착될 경우 소요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경기 중 그라운드에 뛰어드는 팬들의 경우, 메이저리그처럼 형사처벌을 의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 성난 팬들이 구단 버스에 불을 지르고 구장 기물을 파손하는 등 한 때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한동안 사라졌던 이런 모습이 다시 그라운드 안팎에서 재현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도헌 기자 (트위터 @kimdohoney)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