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영화 '푸른 소금'으로 돌아온 배우 송강호. 그는 이번 캐릭터에 대해 "관객 입장에서 그럴싸한 남자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종원 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
영화 '푸른 소금'의 그럴싸한 배우 송강호
좋은 작품 만나 쳤다하면 홈런?
좋은 시나리오 고르는 안목보다
좋은 영화 만드려는 노력의 결과
“송강호는 그 모습이 그 모습이잖아요. 이번엔 (신)세경이 보러 오세요. 하하.”좋은 작품 만나 쳤다하면 홈런?
좋은 시나리오 고르는 안목보다
좋은 영화 만드려는 노력의 결과
여유가 느껴지는 자신감이다. 송강호(44)는 한 시간 남짓 자신의 이야기와 새 영화 ‘푸른 소금’(감독 이현승·9월1일 개봉)에 대해 설명한 뒤 마지막에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상대역인 신세경의 이름부터 꺼냈다. 자기 대신 어린 후배 여배우에게 관심을 기울이라는 말을 송강호가 아닌 다른 배우가 했다면 쉽게 신뢰를 갖기 어려운 말이다.
1년에 영화 한 편씩은 꾸준히 출연하는 송강호가 지난해 관객 500만 명을 넘은 ‘의형제’에 이어 올해는 스물세 살 연하의 신세경과 만난 액션영화 ‘푸른 소금’으로 돌아왔다. 조직을 떠나 평범한 일상을 사는 윤두헌이 송강호가 맡은 인물. “‘의형제’ 때는 목표가 뚜렷한 남자였다면 윤두헌은 목표를 강변하는 사람이 아니다”는 송강호는 “관객 입장에서 그럴싸한 남자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10년 전 ‘JSA’와 ‘시월애’로 만난 인연
‘푸른 소금’의 연출자 이현승 감독과는 12년 전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08년 둘은 “같이 작품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공동경비구역JSA’와 이 감독님이 연출한 ‘시월애’가 2000년 같은 날에 개봉했어요. 우리 영화가 잘 돼서 ‘시월애’가 상대적으로 묻혔죠. 하하. 뒤에 두 영화가 나란히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은 적이 많았고 그렇게 프랑스, 이탈리아에 갈 때마다 만났어요. 그렇게 맺어진 인연이 12년째예요.”
송강호는 ‘푸른 소금’의 시나리오가 바뀌고 캐스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혔다. 2008년 ‘박쥐’ 때부터 해온 이런 공동 작업은 ‘의형제’를 거치면서 계속됐다. “배우가 연기뿐 아니라 영화를 같이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촬영했어요. 배우와 감독이 같이 고민해 완성하는 작업은 사실 더 어려울 수 있어요. 세경이 입장에선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도 세경이는 어느 순간 놀라울 정도로 확 변하더군요.”
송강호는 신세경 이야기가 나오자 신이 난 듯 말을 이어갔다. 신세경은 그동안 그가 호흡을 맞춘 여배우 가운데 가장 어리다.
“영화라는 바다에 풍덩 빠진 느낌이라고 할까. 처음엔 몸을 움츠리고 있었는데 나중엔 자유롭게 놀았어요. 좋은 여배우를 발견했다는 느낌인데 성장하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 보람은 상당합니다.”
영화에서 송강호와 신세경은 죽여야 하는 남자와 죽이려고 나선 여자의 관계다. “사랑인지 우정인지 애매모호하죠.”
○“좋은 작품을 고르는 눈,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푸른 소금’은 송강호에게 새삼스레 “영화는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종합예술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 “요즘은 액션이나 코미디 같은 하나의 요소만 택해서 집중적으로 파고드는데 ‘푸른 소금’은 도자기를 빚듯이 만든 근래에 보기 드문 장르”라고도 소개했다.
송강호는 인터뷰 도중 “그럴싸하게 보이면 된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 후배에게 들은 질문을 소개했다.
“아마도 친하지 않으니까 그런 질문을 했을 거예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좋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느냐’고 묻더라고요. 질문이 어폐가 있어요. 좋은 작품을 택한 게 아니라 제가 택한 작품을 좋은 영화로 만들고자 한 겁니다. 시나리오를 보는 눈은 딴 세상 사람의 것이 아니에요. 그 후배에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웃고 말았어요.”
‘푸른 소금’ 개봉 이후에도 그의 일정은 빡빡하다. 이나영과 출연한 스릴러 ‘하울링’이 연말에 개봉하고 내년 3월부터는 봉준호 감독의 다국적 프로젝트 ‘설국열차’ 촬영을 시작한다.
“특별한 건 없어요. 그 영화에서 가장 적절한, 필요로 하는 인물이 되려고 애쓸 뿐입니다. 숀 펜이나 로버트 드니로가 뛰어난 이유는 그 지점을 정확히 알기 때문이겠죠. 살을 확 빼거나 머리카락을 밀어버리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게 본질은 아니잖아요. 저 역시 노력하는 중이에요.”
이해리 기자 (트위터@madeinharry)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