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베이스볼] 김기태코치 ‘삭발투혼’ 효과 봤네!

입력 2011-08-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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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김성근 전 감독이 경천동지할 뉴스를 쏟아낸 한 주였어요. 이에 흥분한 일부 SK 팬들까지 소동에 가세하자 9시 뉴스도 문학구장에 카메라를 들이댔고요. 다시 한번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케 한 상징적 사건이 프로야구와 한국사회를 강타했어요.


○불꺼진 야구장은 유죄?


김성근 감독이 경질되고, 이만수 감독대행이 SK의 새 사령탑으로 들어선 18일 문학구장에 어떤 불상사가 벌어졌는지는 굳이 반복해 말하지 않아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아요. 그런데 복기를 해보면 무릇 매사가 그렇듯, 어떤 큰일이 터지게 된 방아쇠를 당기는 계기로 의외의 지점에서 원인이 나오는데 이번 일도 그런 것 같아요.

가뜩이나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SK의 패배로 경기가 끝난 뒤 일부 팬들은 야구장을 나가지 않고 남아있었어요. 그런데 구장 관리직원은 늘 해오던 대로 경기 종료 후 일정 시간이 지나자 바로 야구장 불을 모조리 꺼버렸죠. 여느 때와 달리 관중이 남아있었지만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지 못한 셈이에요. 결국 불 꺼진 야구장은 남아있던 일부 팬들의 군중심리를 고조시키는 촉매제가 돼버린 꼴이었어요. 당시 구장 곳곳에는 사복경찰이 투입돼 있었지만 그라운드로 난입한 일부 팬들을 제지하지는 않았어요. 증거자료 확보를 위해 촬영만 했을 뿐이에요. 때문에 피해액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고요.

하지만 23일부터 시작되는 두산과의 문학 3연전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터진다면 그때는 질서 유지가 불가피할 상황으로 보고 있어요. 표현의 자유가 아무리 존중받을 권리여도 영업의 자유를 훼손할 권리까지는 아닐 테니까요.


○끝내기 홈런 친 박병호가 얻은 교훈, ‘큰 타구도 다시보자!’

20일 목동 KIA-넥센전이었어요. 넥센 박병호는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어요. ‘딱’ 하는 타구음과 함께 목동구장의 밤 하늘 위로 높이 뜬 공. 박병호는 홈런을 예감한 듯 천천히 걸음을 옮겼어요. 여유롭게 타구를 바라보는 홈런타자들 특유의 자세도 잊지 않았죠. 폼만 보면 장외홈런이 나오는 줄 알았다니까요.

하지만 이게 웬걸요. 타구는 담장을 아주 살짝 넘어갔어요. 불과 몇 m 차이였어요. 박병호는 “만약 펜스 맞았다면 2루에 가서 좀 머쓱했을 것 같다”며 웃었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큰 타구도 다시보자. 타격 후에는 항상 전력질주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대요.

넥센 김시진 감독은 “저렇게 높이 떠서는 홈런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 힘이 워낙 좋으니까 넘어간 것”이라며 흐뭇해해요. 좌우간 ‘브룸박’ 역시 힘은 장사네요.


○LG 주말 2연승, 수석코치의 삭발효과?


LG 김기태 수석코치가 갑자기 삭발을 하고 나타나는 바람에 야구장이 술렁였어요. 김 코치는 19일 대구 원정을 온 김에 아예 머리를 밀어버렸어요. 평소에도 짧은 헤어스타일을 유지하는 그지만 이번에는 그야말로 스님처럼 삭발을 했어요. 그날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데다 김 코치가 모자를 쓰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다음날인 20일 대구구장에 나타나 경기 전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 모자를 벗다보니 그의 삭발은 만천하에 공개됐어요. 더군다나 LG 원정 유니폼은 밝은 회색. 삭발한 그를 처음 본 야구 관계자들은 다들 “절에 들어가기로 했느냐”며 한마디씩 건넸어요. 장난스럽게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면 그도 따라 합장을 했어요.

김 코치는 “그냥 더워서 잘랐다. 너무 심각하게 보지 말라”며 웃었지만 누가 봐도 팀 분위기가 좋지 않자 삭발을 단행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더니 “예전 쌍방울 시절에 주장 최태원(현 KIA 코치)이 ‘머리를 자르려고 하는데 형이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동참해달라’고 부탁해서 삭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다음날 나왔더니 일부만 스포츠형으로 자르고 나만 삭발을 하고 나와 속은 적이 있다”며 무용담도 들려줬어요.

그런데 김정민 배터리코치도 삭발에 가깝게 잘랐고, 서용빈 타격코치와 주장인 박용택도 대구에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왔더군요. 선수단에 자극이 전해진 것일까요? LG는 대구에서 2경기를 모두 잡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박종훈 감독은 “사실 감독도 삭발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운을 띄운 뒤 “그러나 감독이 삭발하면 코치들과 선수들이 자신들도 삭발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어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웃더군요.


○리즈의 한국노래 배우기


LG 외국인선수 레다메스 리즈는 강속구를 던지는 데다 마운드에 섰을 때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느낌까지 더해져 거친 성격의 소유자 같아요. 그러나 정반대예요. 평소 심성은 너무 착해 탈일 정도래요. 선수들이든 야구 관계자든 만나기만 하면 착한 웃음을 지으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며 먼저 고개를 숙여요. 그리고 선수들과 가까워지려고 한국말도 배우고, 한국문화와 한국음식을 익히는 데도 적극적이에요.

최근 리즈는 한가로운 시간이 되면 중얼중얼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장기하와 얼굴들’의 최신 히트곡 ‘그렇고 그런 사이’에 나오는 후렴 부분 “너랑 나랑은∼♪ 너랑 나랑은∼ ♬”을 흥얼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어요. 리즈는 선수들에게 뜻도 물어봤는지 영어로 “you and me, together”라며 빙그레 웃더니 또 다시 “너랑 나랑은∼ ♬”을 흥얼거렸어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리즈의 취향에 맞는 노래인가 봐요.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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