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베이스볼] SK 얼음목욕 원산지 ‘X-파일’, 모르는게 약!

입력 2011-07-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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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판단으로 유명한 심판. 거친 항의에는 단호하게, 단순한 실수에는 온화하게. 이영재 심판원(오른쪽)은 지난달 30일 문학 한화-SK전에서 김태균 코치와 설전을 벌이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이틀 뒤 잠실 두산-LG전에서는 볼카운트를 착각한 양의지에게 환하게 미소 짓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히며 많은 웃음을 줬다. 스포츠동아 DB

선수들 얼음물 출처 어디냐 궁금
추적결과 ‘오대산이 원산지’ 믿음
사실은 일반용수…괜히 수사했네!

김태균 코치와 싸울때는 눈 부릅
양의지 실수때는 인자한 미소
이영재심판의 ‘두 얼굴’ 화제였어요

장성호, 후배 최진행의 장타 고민에
김상현 방망이 하나 슬쩍 갖다줘요
배트 주인 “절도 아니냐”며 웃어요
장마가 길어지고 있어요. 경기도 들쑥날쑥해요. 선수들은 처음엔 “피곤한 몸 쉬어서 장마가 반갑다”더니 이젠 비오는 하늘 보고 한숨부터 나와요. 그런데 이번 주에도 비 예보가 있어요. 팬들은 건강 챙기고, 선수들은 컨디션 챙겨야 하는 장마철.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순위싸움은 여전히 치열해요.


○SK, 얼음목욕의 원산지 논란?

지난주 SK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의 피로회복을 위해 얼음목욕을 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매스컴에 알렸어요. 경기 후 SK 클럽하우스에서 들리던 비명소리의 정체(?)가 확인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SK는 얼음목욕을 지방 원정에서도 실시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선수들이 그 얼음물의 원산지를 철석같이 ‘메이드 프롬 오대산’이라고 믿고 있었다는 점이에요. 김 감독이 태평양 사령탑 시절, 오대산 냉수마찰 동계훈련이라는 ‘히트상품’을 내놨던 과거를 누군가가 흘렸던 모양입니다. 오히려 선수들이 궁금해 한 것은 출처가 오대산 여부보다는 ‘오대산에서 얼려서 공수한 얼음’인지 아니면 ‘물만 오대산이고 얼음은 여기서 얼리는 것이었는지’였다죠. 그러나 확인 결과, 출처 자체가 오대산과는 관계없는 문학에서 나오는 일반 용수. ‘플래시보 효과’(처방 자체에 약효가 없어도 효험이 있다는 믿음만으로 치유되는 현상)를 생각하면 차라리 모르는 편이 약이었을지 모르겠네요.


○그때그때 달라요∼

한국야구위원회 이영재 심판원, 지난달 30일 문학 한화-SK전. 1루심을 보던 그는 판정에 항의하는 SK 김태균 코치와 붙었어요. 그렇잖아도 동그란 눈, 튀어나올 듯 부릅떴어요. 때마침 육성이 TV 중계에 그대로 전달되며 리얼하게 전파를 탔죠. 평소 온화하고 합리적으로 소문난 이 심판원은 2009년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 심판상도 받은 인물. 심판으로는 드물게 순식간에 검색어 순위에 이름이 올라가기도 했어요. 이틀 뒤 잠실구장 두산-LG전. 주심 보던 이 심판원의 표정은 또 한번 주목을 받았어요. 이번에는 양의지 때문이에요. 볼카운트 2-2에서 2-3가 되는 순간 양의지는 더위를 먹은 듯 볼넷으로 착각하고 1루까지 걸어 나갔어요. 뒤늦게 사태 파악한 뒤 쑥스러운 표정을 짓고 다시 돌아오는 양의지를 향해 이 심판원은 인자한 표정과 부드러운 손짓으로 볼카운트 알려주며 한마디 했어요. “왜 나가?” 양의지도 웃고, 이 심판도 웃고, 덕아웃과 스탠드에선 폭소가 터졌어요. 그런데 이 심판원도 사실 예전 볼카운트 착각한 적 있어요. 2스트라이크가 되는 순간 삼진인 줄 알고 땅에 대고 특유의 주먹으로 펌프질을 하는 제스처를 취해 사람들을 웃겼거든요. 아무튼 지난주 이틀 사이에 사나운 늑대에서 부드러운 아저씨로 돌아온 이 심판원의 ‘두 얼굴’이 화제였어요.


○김상현 방망이 사건의 전말

한화-KIA전이 열린 주말 광주구장에 ‘김상현 방망이 사건’이 벌어졌어요. 최근 장타가 줄어 고민이었던 한화 최진행이 KIA 출신 장성호에게 “상현이 형 방망이 한 자루를 갖고 싶다”고 무심코 한마디를 건넨 게 발단이었어요. 장성호는 고민하는 후배를 위해 흔쾌히 KIA 덕아웃에 침입해 김상현의 배트 한 자루를 빼왔어요. 그런데 정작 김상현은 그 방망이를 모르는 사람에게 도둑맞은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뒤늦게 사연을 전해 듣고 얼굴이 풀리기는 했지만요. 황병일 수석코치에게 장난삼아 “이것도 엄연히 절도에 해당되는 거 아니냐”고 묻자 황 코치가 “야구장에서 서로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인데 절도는 아닌 것 같다”고 유권해석(?)을 내려 주기도 했어요. 어쨌든 김상현은 3일 경기 전 장성호를 찾아가 그 방망이를 도로 가져왔어요. 대신 다른 방망이를 선물했어요. 그런데 그 배트는 김상현이 아닌 다른 타자가 타격감 별로 좋지 않았을 때 사용하던 것이라는 게 한화 쪽에 소문났어요. 그래서 한화 선수들이 그 방망이 ‘거부’하는 소동(?)이 일어났어요. 결국 그 방망이의 주인공이 KIA 이범호라는 사실을 듣고는 분위기 급반전. 이 정도면 치열한 방망이 기싸움(?)의 현장이라 할 만하네요.


○득남한 주형광 코치에게 건넨 고원준의 축하 선물

지난달 30일이었어요.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우울하던 롯데 덕아웃에 반가운 소식 날아들어었어요. 주형광 투수코치가 득남했다는 소식. 여기저기서 축하인사 쏟아졌어요. 주 코치 입장에서도 정말 기분 좋은 날이에요. 그런데 대놓고 웃을 수 없어요.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투수코치인데, 근래 들어 투수들 성적이 좋지 않았거든요. 불펜이 무너진 데다, 믿었던 선발도 제 역할 못 해줘 ‘오늘도 지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어요. 이 때 옆에 있던 동료 코치들이 힘을 줬어요. “오늘은 선발이 7이닝 무실점 해줄 거야. 걱정 마.”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어요. 선발로 나선 고원준, 기적같이 7이닝 무실점 기록했으니 말이에요. 때마침 굵은 빗줄기 쏟아져 강우콜드완봉승까지. 주 코치에게 큰 선물 건넨 고원준, 주 코치로선 새로 태어난 아들만큼이나 예뻐 보인 날이었습니다.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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