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 스포츠동아DB.
“최소 6이닝 이상 막고 내려와야”
“승리보다는 승리 방정식을 만드는 것이 먼저죠.”5이닝 동안 1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팀은 리드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펜에서 결국 동점을 허용했고, 승리는 날아갔다. 19일 목동 KIA전에서 김수경(32·넥센·사진)이 겪은 일이다. 웬만한 투수라면 충분히 아쉬움을 말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는 “승리 방정식을 세우지 못했다”며 자신의 승리투수 자격을 스스로 낮췄다.
“5이닝만 던지고 내려가면 불펜에도 부하가 걸리잖아요. 당연히 실점을 할 가능성이 큰 거예요. 그건 불펜 잘못이 아니라, 제 책임도 있는 것입니다.” 프로통산 111승을 거두며 얻은 교훈이다. 그가 생각하는 승리 방정식의 첫 번째 항은 간단한다. ‘최소한’ 6이닝 이상을 막고 내려오는 투수. 이것이 무수한 승리의 경험 속에서 정립한 승리투수의 최소 자격이다.
넥센은 김영민의 부상에 이어 김성태까지 어깨를 다쳐 선발로테이션에서 빠졌다. 김시진 감독은 당분간 김상수와 김수경에게 선발 기회를 줄 예정이다. “2군에 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행복하지만 이렇게 선발로 나가다보면, 승리의 대한 욕심이 생길 때가 있을 거예요. 만약 그 간절함이 없다면 감독님께서도 저를 계속 쓰실 이유가 없잖아요.” 100번을 넘게 이겼어도 아직도 그는 목이 마르다.
김수경의 마지막 선발승은 2009년 9월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나왔다. 그리고 어느덧 700여일의 시간이 흘렀다. 선발로 등판해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고 마운드에서 내려 간 것도 19일 경기가 700여일 만에 처음이었다. ‘한 걸음씩.’ 786일 만에 승리를 거뒀던 심수창(넥센)처럼 김수경도 조만간 ‘환희’를 맛볼 수 있을까.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