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진-송창식의 특별한 인연

입력 2011-08-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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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선후배…사제…룸메이트
21일 잠실구장. 한화 좌완 박정진(35)과 우완 송창식(26)의 눈이 마주쳤다.

한화가 5-1로 앞선 두산전 6회말 2사 1루. 선발 투수 송창식은 107개의 공으로 5.2이닝을 역투하고 마운드를 막 내려왔고, 필승 카드 박정진은 승리를 지키기 위해 사흘 연속 불펜의 문을 열고 그라운드로 나서는 참이었다.

박정진은 입모양으로 “수고했다”고 했고, 송창식은 선배를 향해 글러브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경기는 추가 실점 없이 그대로 끝났다. 송창식에게는 2573일 만의 선발승, 박정진에게는 하루 전 역전을 허용했던 아픔을 털어내는 명예 회복의 장이었다. 박정진은 경기 후 “세광고 후배인 창식이의 승리를 꼭 지켜 주고 싶어서 더 집중했다”고 털어놨다.

박정진과 송창식은 청주 세광고 9년 선후배 사이다. 그냥 평범한 동문도 아니다. 연세대 출신인 박정진이 졸업반 때 모교로 교생 실습을 나갔다가 만난 제자 중 한 명이 바로 야구부원 송창식이었기 때문이다. 잠시나마 ‘스승과 제자’였던 이들이 프로에 와서 한솥밥을 먹게 됐으니 보통 인연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원정경기 룸메이트 사이다. 투수 조장인 박정진은 시즌 초반 송창식이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을 때 “창식이가 선발로 잘 던지고 내가 불펜으로 승리를 지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바로 21일 경기에서 그 바람이 실현된 것이다.

송창식은 폐쇄성 혈전혈관염(일명 ‘버거씨병’)으로 투병하다 2년 만에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아팠던 투수’가 아닌 그냥 ‘한화 투수’로 기억되고 싶어 한다. 박정진 역시 각별한 후배의 바람을 묵묵히 응원하고 있다. 두 투수는 대전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또 한 번 눈이 마주쳤고, 말없이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배영은 기자 (트위터 @goodgoer)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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