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가 금지와 규제에 묶이면서 트로트풍 일색으로 흘러갈 때 등장한 MBC ‘대학가요제’.
1977년 오늘, 이처럼 관료주의적인 냄새를 풍기는 슬로건을 내걸고 MBC ‘대학가요제’가 첫 무대를 열었다. 이날 오후 6시20분 서울 정동 문화체육관에서 당시 서울농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수만(현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과 한양대 2학년생 명현숙의 진행으로 전국 333개팀 가운데 예선을 통과한 18개대 19개팀이 출전, 열띤 경연을 펼쳤다.
1회 대학가요제는 서울농대 ‘그룹사운드’ 샌드페블즈(사진)가 ‘나 어떡해’로 대상을 차지하며 50만원의 상금과 트로피를 받았다. 금상은 상명여사대 박선희의 ‘하늘’이었다. 대상을 받은 샌드페블즈를 인터뷰한 동아일보는 당시 “시상이 끝나자 이들은 곧장 대폿집으로 향했다”고 적어 이채롭다. ‘대학가요제’는 트로트풍의 음악이 장악한 당시 가요계에 일대 신선한 기획으로 다가왔다. 청춘들이 만들어낸 음악인만큼 기성가요와는 전혀 다른 음악으로 또래 젊은이들의 애창곡이 됐고 지금까지도 많이 불리고 있다.
1996년 ‘77학번부터 77년생까지’를 내걸고 20주년을 맞기까지 배철수, 노사연, 신해철, 심수봉, 유열, 조하문 등 숱한 스타를 배출했다. 하지만 1990년대 댄스음악이 가요계를 휩쓸고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대학가요제’는 이전의 발랄한 새로움이 퇴색했고 그 명성 역시 잦아드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