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난 야구광 여중생…그는 나의 영웅
고2때 첫 인터뷰…지금도 가슴 뛰어
심상정 전 대표가 말하는 최동원과의 인연고2때 첫 인터뷰…지금도 가슴 뛰어
아침 출근길에 비보를 접했다. ‘최동원 별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에 내 마음도 주저앉아버렸다. ‘또 한 번 나의 별을 하늘로 보내는구나….’ 투병 중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일찍 가실 줄은 몰랐다. 하루 종일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고인에 대한 얘길 나눴다. 그에 대한 회상은 내 학창시절을 더듬는 일이기도 했다.
벌써 40여년 가까이 된 일이다. 충암여중에 다니던 나는 야구에 열광했다. 당시 충암고가 고교대회 준준결승에 진출하면 단체응원을 갔는데, 푸른 그라운드를 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나이는 나보다 한 살 많지만, 같은 학년이었다. 그의 모습은 요즘 표현으로, 카리스마가 넘쳤다. 안경테 너머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매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당시 여학생들은 그의 당당함에 매료됐다. 고백한건데, 나 역시 마운드 위에 선 최동원에게 전율을 느꼈던 여학생 중 한명이었다.야구의 매력은 공 하나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긴장감에 있다. 최동원은 그라운드에 감도는 그 긴장감을 일순간에 평정해, 쾌감으로 바꾸어 내는 승부사였다. 그를 보면서 알게 됐다. 야구에서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대담함이라는 것을….
고인을 떠올리면,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고2 때의 일이다. 당시 나는 작은 소식지에 야구기사를 썼다. 말하자면 야구리포터였다. 어렵사리 잡은 경남고 에이스 인터뷰 기회.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 경기종료 직후, 마침내 그를 만났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문을 열었다. “저…. 여학생 팬에게 받은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요?”, “목걸이요.” 그리고 2개의 질문을 더했다. 아! 그런데 당시 경남고 코치가 그를 갑자기 데려가는 것이 아닌가. “선수가 피곤하다”는 말과 함께….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속이 엄청 상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 대학에 입학하고 노동운동을 시작하면서 사실 야구를 볼 기회는 적어졌다. 그래도 영남지역의 금속연맹 노동자들을 만나면, 롯데를 화제로 웃음꽃을 피우곤 했다. 그리고 최동원은 그들의 영웅이었다.
은퇴 이후 그의 삶은 선수시절보다 화려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자존심이 센 그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내가 한 때 사랑했던 스타는 이제 ‘영원한 에이스’로 추억될 것이다. 그리고 하늘나라에서도 시속150km의 강속구로 3구 삼진을 잡아내는 불세출의 선수로 영생하셨으면 좋겠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영정 사진…. 그 속의 미소가 꼭 35년 전에 봤던 것과 같아, 더 가슴이 시려온다.
진보신당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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