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서울 김동진이 부산아이파크와 경기에서 후반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2006년 3월 포항전 이후 무려 5년 6개월 만에 골을 기록했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부산전 후반 동점골…서울 역전승 견인
팀 주축선수들 부상·난조속 뒤늦은 첫골
“시련 길었지만 마음 비우고 기회 기다려”
부산에 0-1로 뒤진 서울 벤치의 초조함은 극에 달했다. 그 순간 터진 짜릿한 한 방. 주인공은 서울 수비수 김동진이었다. 눈을 꼭 감고, 두 팔을 펼친 채 서울 서포터스 쪽으로 달려간 그가 훨훨 날개 짓을 해보이자 3만여 팬들은 아낌없는 갈채로 ‘잊혀졌던’ 영웅의 부활을 반겼다.
18일 K리그 25라운드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은 후반 18분 김동진의 동점 골로 균형을 이룬 뒤 종료 1분 전 강정훈의 극적인 역전 골로 2-1로 이겼다.
김동진은 한 때 한국축구를 대표하던 왼쪽 풀백이었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김동진을 올해 초 서울이 영입했을 때만 해도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그를 기다린 건 시련이었다. 주전은 현영민이었다.
이전까지 김동진은 딱 5차례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교체 투입이 3차례였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림이었다. 2군까지 전전할 정도로 슬럼프가 길었다. 딱히 문제는 없었지만 경쟁을 뚫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회가 왔다. 주중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알 이티하드 원정을 다녀온 뒤 출전이 유력했던 현영민이 발목 부상으로 결장했다. 여기에 센터백 박용호가 컨디션 난조에 빠지자 서울 벤치는 아디를 중앙 수비로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홈경기 첫 선발, 4개월 만에 찾아온 출전 찬스였다. 시즌 첫 골까지 뽑은 김동진의 눈가는 촉촉했다. 시련을 극복한 힘은 ‘내려놓음’에서 나왔다.
“타 팀 동료들까지 걱정할 정도로 시련이 길었다. 이렇게 괴로운 적은 프로 입단 후 처음이었다. 아마도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면 더 어려웠을 것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준비했다. 그래도 포기한 적은 없다. 늘 희망은 간직하고 있었다. 주위 모두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서울 최용수 감독대행의 기쁨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스타의 슬럼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령탑이다. 최 감독대행은 “시즌 개막 전, 동계훈련 캠프에서 (김)동진이에게 ‘네가 이전에 남긴 기록과 경륜을 다 잊어라. 반전의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말해줬다. 많이 대화를 했다. 어려움 속에서 성실하게 훈련을 해줬다. 잘 참고 기다려줘 너무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상암 | 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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