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모험 즐기는 큰형님…박정진은 뼛속까지 구원투수

입력 2011-09-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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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무명 딛고 한화 필승불펜 우뚝
한대화 감독도 “올해 최우수 선수”

후배 챙기는 솔선수범형 투수조장
“올해 5위, 내년엔 PO 갈 겁니다!”


“선수단 전체가 5위를 향해 뛰고 있다. 나 역시 최선을 다하겠다.”

한화 투수조장 박정진(35). 갈수록 위력을 더해 가는 한화의 왼손 필승 불펜이다. 마운드 위에서는 승리를 지키고 그라운드 밖에서는 후배 투수들을 보듬는 그가 한화의 새로운 목표를 분명히 했다. 올시즌 5위, 그리고 내년 포스트시즌 진출. 박정진은 “비록 4강에는 들지 못했지만 우리도 지금 5위를 목표로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분명히 상위권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철저한 체력 관리로 철벽 불펜 군림

1999년에 입단한 박정진은 오랜 무명 생활을 딛고 지난해 불펜의 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올해 리그 정상급 좌완 불펜으로 자리를 굳혔다. 한대화 감독과 정민철 투수코치는 “박정진이 올해 우리 팀 최우수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에이스 류현진이 장기 이탈했던 2011 시즌의 한화 마운드를 뒤에서 묵묵히 떠받쳤기 때문이다. 박정진은 “내 성적이 팀 승패와 직결되니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는 마음”이라면서 “이제는 체력 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나이다. 많은 걸 자제하면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제는 잇단 연투에도 끄떡없는 투수가 됐다. 코칭스태프도 박정진의 등판 간격과 투구수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애지중지한다.

연일 계속되는 긴장에 피곤할 만도 하지만, 박정진은 다행히 천생 구원 투수 체질이다. 스릴을 즐기고, 웬만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는다. 낙천적인 편이라 안 좋은 기억을 털어버리는 것도 잘 한다. “원래 모험을 좋아한다. 어려운 상황을 막아냈을 때의 희열도 좋다”면서 “물론 나도 위기 때 긴장을 하지만 ‘타자를 어떻게 요리할까’ 생각하다 보면 즐길 수 있다”고 귀띔했다.

● 믿음직한 투수조장…바티스타는 천군만마

그는 팀 투수진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조장이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발진들부터 마일영·김광수 등 중고참급 투수들까지 박정진의 말에 늘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그는 “내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지금 우리 투수들이 많이 안정돼 있잖아요. 저는 그냥 가끔 마음가짐만 강조해요. ‘다른 팀 투수들에 절대 뒤지지 않으니까 두려움 없이 경기에 임하자’고요.”

스스로도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믿는다. 특히 시즌 중반 가세한 용병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는 천군만마다. 박정진은 “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때와 바티스타가 뒤에 있다고 생각할 때는 분명히 다르다. 서로의 존재가 힘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경기 상황이 접전이면 바티스타가 먼저 ‘너 준비해라. 나도 곧 준비할게’라고 장난칠 때도 있다”면서 웃었다.

● 2001년 준PO가 마지막 PS “내년에 꼭 서겠다”

한화는 4월에 6승1무16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냈다. 감독은 물론 선수들도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5월 이후 51승1무52패로 5할에 가까운 승부를 했으니 더 그렇다. 박정진은 “올해는 시즌 초반에 너무 안이한 모습을 보인 것 같다. 하지만 내년에는 우리 팀도 스타트부터 강하게 승부수를 띄울 것이고 나도 꼭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하나, 가장 절대적인 목표가 있다. 바로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박정진이 경험했던 포스트시즌은 2001년 준플레이오프 뿐. 그 외에는 한화의 가을잔치를 군대나 2군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박정진은 “2012년에는 우리 팀도 상위권을 노려볼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라면서 “포스트시즌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 그리고 그게 꼭 내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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