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최준석. 스포츠동아DB
2001년 롯데 입단동기이자 오른손 거포, 포지션도 같은 1루수다. 두산 최준석(28·사진)과 롯데 이대호(29)는 어린 시절 할머니의 손에 자라온 환경까지 똑 닮아있는 야구계 ‘절친’이다. 비록 최준석이 1루 싸움에서 밀려 두산으로 트레이드됐지만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만나면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들답게 “왔나?” “밥은?” “몸은?” “요즘 방망이 좀 치데”가 대화의 전부지만 속정은 어느 누구보다 깊다.최준석은 함께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잘 해야 하는 친구를 위해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친구야, 잘 사나. 만나거나 전화로만 얘기하다가 편지 쓰라고 하니까 영∼ 어색하네.
포스트시즌은 잘 즐기고 있나. 롯데가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서 좋겠네. 난 개인적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니 얼굴을 못 봐서 좀 아쉽다.
근데 니 플레이오프는 처음 아니가. 떨리겠네. 경험자로서 하는 얘긴데 준플레이오프랑 플레이오프는 느낌이 완전 다르다. 아! 너도 겪어봤으니 이제 알겠네. 플레이오프는 한국시리즈행 티켓이 걸려있어서 선수들 눈빛이 다르다. 긴장 좀 하고 들어가야 할 거다(웃음).
게다가 넌 상대팀에서 경계대상 1호니까 아마 더 힘들 거라고. 일단 상대 배터리가 좋은 볼을 안 주잖아. 주자 있을 때는 정면승부 안 할 가능성이 높고(실제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1회 1사 2루 첫 타석부터 고의4구).
대호야, 내 한 가지만 말할게. 욕심내지 마라. 안다. 사실 쉽지 않지. 명색이 팀의 4번타자인데 뭔가 보여줘야 될 것 같고 못 하면 팀에 미안하고 괜히 덕아웃에서 눈치 보이고. 나도 그랬는데 안 그러는 게 좋더라.
스스로 조급해지면 나쁜 볼에 나도 모르게 (방망이)따라 나가고 그러니까 평소에 할 수 있는 것도 못 하게 되더라고. 그냥 너는 네 존재만으로 상대방이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하고, 긴장하지 말고, 평소처럼 쳐라.
컨디션 관리 잘 하고. 큰 경기니까 팀이 이기는데 초점을 맞추고. 그리고 오랜만에 기회가 왔으니까 우승 한 번 해야지. 시즌 멋지게 마무리하고 끝나면 맛있는 거나 사라. 참! 내 결혼식(12월 3일) 잊지 마라.
정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