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영구의 몰락…‘심형래 신화부터 몰락까지’

입력 2011-10-18 17:49:19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MBC ‘PD수첩’이 코미디언이자 영화감독인 심형래에 대해 집중조명했다.

심형래가 설립한 국내유일의 SF영화 제작사 (주)영구아트가 폐업했다. 영구아트 직원들은 직원 임금 체불, 카지노 도박설, 정·관계 로비 등 심형래를 둘러 싼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PD수첩’은 ‘국내SF영화 선구자’인 심형래의 몰락을 취재했다.

1. 사라진 112억 원은 어디에?

지난 7월 19일. 심형래는 영구아트 직원들에게 폐업을 통보했다. ‘410억 원의 빚 때문에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 폐업의 이유. 지난 3년간 직원들이 받지 못한 임금은 총 8억 9천만 원. SF영화에 관한 기술력을 인정받은 영구아트가 왜 폐업을 한 것일까?

‘PD수첩’에서는 10년간의 영구아트 감사보고서를 분석, 돈의 흐름을 찾아보고 이를 방송에 담았다.

심형래와 모회사 ‘영구아트무비’,‘제로나인엔터테인먼트’는 2009년 말 까지 ‘영구아트’에서 총 112억 원을 빌렸다. 이 돈은 어디로 간 것일까? 심형래는 회계담당 직원에게 현금 1억 원을 요구하는 등 수시로 회사의 뭉칫돈을 가져갔다고 한다. 또 다른 직원은 카지노에서 보낸 리무진 택시를 탄 심형래의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고 한다. 5년 전부터 카지노에서 심형래를 봤다는 목격자도 있었다. 심형래가 400명의 연락처가 담긴 ‘여자수첩’을 가지고 있으며, 로비에 이용했다는 충격적인 제보가 이어졌다.

또 심형래 신드롬, 그를 둘러싼 거품이 어떠했는지도 재조명된다.

심형래 “전 세계적으로 .. 2천만 불까지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직원 “당시 약간 자아도취에 빠지셨어요. 대통령 선거 나가시려고 작정을 하셨거든요”

1999년 당시 영화 ‘용가리’의 해외수출에 대해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용가리’가 칸 영화제에서 272만 달러의 사전판매액을 확보했다는 소식은 국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심형래의 신드롬이 시작되며, 심형래의 말 한마디가 이슈화 됐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는 심형래를 신지식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당시 영화배급사였던 MFI를 통해 확인한 결과, ‘용가리’의 최종판매가 이루어진 것은 272만 달러 중 총 30만 달러에 불과했다. 심형래의 과장된 발언은 투자금확보를 위한 홍보 마케팅 수단이었을 뿐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2. 충무로의 왕따? 국고지원 특혜 의혹

지난 10월 30일, 국정감사에서 영구아트의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심형래의 ‘라스트 갓파더’에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30억,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11억 8천만 원을 지원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현재 영구아트의 폐업으로 국비 42억 원은 회수할 수 없게 됐다.

먼저, 선정 과정에서의 불투명성이 지적되었다.

2008년 3월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라스트 갓 파더’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당시 운영규정을 살펴보면 제작비 80억 이내의 작품, 감독이 최근 5년 이내에 3편 이상을 제작해야 지원이 가능했다. ‘라스트 갓파더’의 제작비는 200억 원이며, 심형래는 5년 동안 1편을 제작했다. 두 달 뒤, 영구아트의 자격이 안 되는 운영규정은 모두 삭제되었다. 영구아트는 1차 심사에서 탈락했으나 2차 심사에서는 합격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게도 특혜의혹이 제기되었다. 당시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재웅 원장은 한 강연에서 스스로 규정을 위반해 심형래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왜 심형래를 둘러싼 특혜 논란이 일어나는 것일까? 한 제보자는 국고지원 선정 과정 중에 정관계 인사들의 개입이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심형래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상황. 그러나 유흥업소 출입 등 목격담이 잇따르며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현 사태를 심형래라는 ‘신화창조’가 낳은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개인의 부도덕함을 넘어, 세계 진출을 쫓아 검증 없이 자금을 지원하고 사후 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심형래의 몰락, 그 진실은 무엇인지 18일 밤 11시 ‘PD수첩’에서 공개된다.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