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희.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목표는 신인왕-마무리투수
신인왕 최고 걸림돌 하주석, 박종윤
죽기살기로 던지겠다
“목표는 신인왕, 그리고 마무리투수입니다. 이대호 선배와도 빨리 붙어 보고 싶어요.”신인왕 최고 걸림돌 하주석, 박종윤
죽기살기로 던지겠다
넥센 히어로즈의 한현희(19)는 당돌했다. 얼굴과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두려움과 걱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프로의 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며 하나씩 배워가겠다는 것이 한현희의 목표다.
한현희는 지난 8월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번으로 넥센에 지명됐다. ‘고교 넘버원 사이드암’, ‘2012시즌 즉시전력’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은 기대주다. 계약금도 2억3천만원을 받았다.
한현희는 최근 팀 마무리 훈련에 합류해 프로선수로의 첫 발을 내디뎠다. 넥센의 유니폼이 제법 잘 어울리는 한현희를 목동구장에서 만났다.
‘고교 최고스타’ 한현희, 프로가 되다
경남고의 에이스였던 한현희는 고2 때 청룡기 우승을 차지했다. 일찌감치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하지만 3학년 때는 전국대회 우승이 없었다. 오히려 라이벌 변진수(두산)가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끌며 더 빛났다.
“아쉬움은 남지만 이젠 아마추어 유니폼 벗고 프로가 됐으니까 끝난 얘기죠. 프로에서 제대로 붙어보고 싶어요.”
아픔은 이미 잊고 프로 첫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한현희는 자신감, 긍정적인 마인드, 넘치는 패기로 가득했다.
아직 경남고 3학년인 한현희는 부산 지역 최고의 아마야구 스타 중 한 명이다.
“고등학교 때 친구를 만나러 다른 학교에 갔는데, 어떤 여자가 자꾸 따라오는 거예요. 와, 죽는 줄 알았어요. 팬이 제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한현희씨 휴대폰 맞아요? 저 팬인데요’ 이래서 놀란 적도 있고요.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들도 좀 있었죠."
‘사인이라도 해주지 그랬냐’며 웃었더니, 대답이 의외로 단호했다.
“저는 팬이랑은 연락 안 합니다. 방명록으로 남겨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끊었어요. 방명록이라면 답변해드리죠. 이제 프로잖아요.”
한현희는 최고구속 148km에 달하는 빠른 공이 주무기인 이른바 ‘고속 사이드암’이다. 변화구는 커브를 많이 던진다. 권오준(삼성)의 서클체인지업 같은 떨어지는 공은 아직 없다.
“고교야구는 볼만 빠르면 됩니다. 직구만 던져도 못 치니까요. 근데 프로 선수들은 160짜리도 때리거든요. 통할 리가 없죠. 프로는 제구력과 변화구도 정말 중요해요.”
프로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 구상한 대비책이 있느냐고 묻자 말을 돌린다.
“감독님하고 코치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될 것 같아요. 알아서 잘 만들어주시겠죠. 일단 감독님 눈에 들려고요. 차근차근 올라가야죠.”
고교 시절 한현희는 항상 웃는 얼굴로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덕아웃 분위기메이커’였다. 하지만 이젠 새파란 막내가 됐다. 같은 팀에 고교 선배로는 장기영(29), 박정준(27)이 있다. 그 외에 김성태(29)도 초등학교 선배다.
“아직 같은 팀원이 된지 며칠 되지 않아서 함부로 친하다고 말할 순 없죠. 저는 친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고. 다른 형이 (박)정준이형한테 제가 좀 까불거린다고 했나봐요. 아니라고 했죠. 프로 와서는 진짜 인사 열심히 합니다. 보는 사람마다 인사해요.”
한현희는 프로에서는 ‘외국인 타자’들을 피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몸에 맞는 볼을 던지면 마운드로 올라올 것 같아서”라는 농담이다.
“저는 몸쪽 승부를 자주 합니다. 두려움 없이 팍팍 던지는 타입이거든요. 맞춰도 제가 아픈 건 아니잖아요. 고교야구는 타자가 마운드 올라오는 일이 없어요. 프로에서 그런 일이 생기면 또 경험이 되겠지만…”
그렇다면 한현희가 직접 대결해 보고 싶은 선수는 누구일까?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경남고 선배 이대호(롯데)를 언급했다.
“(이)대호형은 대한민국 최고 타자잖아요. 학교 선배라 1년에 한 번씩 만날 기회가 있어요. 투수와 타자로 꼭 붙어보고 싶어요.”
지난 5월, 황금사자기에 출전한 한현희. 동아닷컴DB
목표는 신인왕!
“목동 마운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마운드에 서면 기분이 좋아져요. 고등학교 때도 목동에서 경기를 하면 볼이 달라졌었어요.”
한현희는 홈구장이 고교 시절에도 자주 섰던 목동이라는 것이 맘에 든다고 했다.
한현희의 올해 목표는 ‘무조건 신인왕’이다. ‘10승’, ‘20세이브’ 같은 구체적인 목표는 정해놓지 않고 있다. 무조건 신인왕이 목표란다.
“보직은 선발투수나 마무리투수면 좋겠어요. 그 중에서도 마무리투수가 좋아요. 마무리투수는 점수차가 많이 날 때는 안 올라오잖아요. 그렇게 승부하는 게 재미있어요.”
신인왕 경쟁을 펼칠 라이벌을 묻자, 예상대로의 대답이 돌아왔다.
“최고 걸림돌은 역시 하주석(한화)이죠. 고교 때는 한번도 붙은 적이 없어요. 그리고 같이 넥센에 입단한 (박)종윤이도 공이 아주 좋아요.”
‘넥센의 미래’ 한현희는 어떤 선수?
한현희는 요즘 머리를 길렀다. 이 날도 오른쪽으로 넘겨 멋을 냈다. 하지만 곧 자를 예정이란다.
“원래 머릿결이 태어날 때부터 옆으로 쏠리거든요. 머리가 기니까 불편해요. 앞으로는 예전처럼 삭발하고 다닐 생각입니다.”
짧게 자르는 것도 아니고, 삭발이라니? 사실 그간 한현희의 머리가 짧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모자 쓰는데 불편해서다.
“제가 모자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MLB(메이저리그) 모자는 저랑 일심동체예요. 양키스 빨간색, 이게 색깔이 진짜 예뻐서 좋아해요. 저는 팀 로고는 안 보거든요.”
평소 자신에 대한 평가를 읽는 건 한현희의 취미 중 하나다. 한현희가 컴퓨터를 켰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의 이름으로 검색하는 것.
“기사를 읽고, 블로그 같은데 올라온 글 보고… 아, 트위터에도 제 이름을 검색합니다.”
한현희는 현재 여자친구가 없다. 얼마 전까지 있었지만, 서울로 오기 전 헤어졌단다. 이상형을 물으니 즉각 나온 이름이 “조여정”, 그리고 조금 망설이다가 “이민정”이라고 덧붙인다.
“일단 귀여워야 됩니다. 성격은 솔직해야 되고요. 거짓말하는 게 제일 싫어요.”
마지막으로 ‘신인’ 한현희의 각오를 들었다.
“저는 ‘무조건’, ‘죽기살기로’, 이런 말이 좋아요. 이제 직업인데, 죽기살기로 해야죠. 팬분들이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시면 제가 보답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던질 겁니다!”
목동|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