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세상은 ‘두목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지 모른다.
풀어쓰면 ‘힘센 놈이 곧 법’이라는 의미다. 박찬호(38)가 한국시리즈 와중에 문학구장을 찾아 ‘뛰고 싶다’고 스스로 구명운동에 나선 순간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총재가 아무나 만나주는가?
여론의 힘은 멀쩡한 조항까지 무력화시켰다. 2일 단장들 모임인 실행위에서 박찬호가 2012년부터 뛰도록 합의가 이뤄졌고, 이사회 통과는 기정사실이다.
프로를 안 거치고 해외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려면 2년을 기다려야 된다.
다만 1999년 이전 진출 선수는 예외인데 그 유일한 예외가 박찬호였고 그 자체가 이미 박찬호만을 위한 특별조치였다. 즉, 박찬호는 2년을 쉴 필요는 없지만 드래프트를 거쳐야 한다. 그래도 1년은 쉬는 것이 불가피하다.
박찬호는 1년 공백이 가혹하다고 청원했고, 야구계는 (겉으로는)두 팔 벌려 화답했다. 따라서 정확하게 말하면 특별법 제정이 아니라 조항 삭제를 통한 특례 적용이다.
KBO는 5가지 명분을 언급했다. “박찬호의 나이, 전력평준화, 프로야구 붐, 한화가 예전 해외파 지명에서 아무 혜택을 못본 정상참작, 또 충청 연고 선수라는 면을 감안했다”고 했다. 박찬호 외에 혜택을 볼 선수가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러면 애당초 이 조항은 왜 만들었을까. 하필 박찬호가 ‘나 한국에서 좀 뛰고 싶소’라고 얘기를 하고 나서야 없애면 한국야구의 품격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한화 유니폼을 입은 대스타의 말년이 어찌될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만약 1999년 이후 진출한 해외파 중에서 슈퍼스타가 또 나와서 ‘말년에 한국에서 뛰고 싶으니 2년 유보 조항을 없애 달라’고 요청한다면 그땐 뭐라고 할까?
한화 외 구단들은 한화가 최소 2라운드 신인지명권 정도는 포기해야 된다고 본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화는 읍소작전으로 일관하고 있다.
야구를 잘하지 못했던 복귀 해외파가 청원을 했더라도 특례가 적용됐을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