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옥 “세상과 부딪히며 ‘배구의 이유’ 찾았어요”

입력 2011-1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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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배구 코트로 돌아온 도로공사 최윤옥이 11일 삿포로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여자배구월드컵 경기에서 토스를 하고 있다.  삿뽀로(일본)|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트위터 @serenowon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배구 코트로 돌아온 도로공사 최윤옥이 11일 삿포로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여자배구월드컵 경기에서 토스를 하고 있다. 삿뽀로(일본)|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트위터 @serenowon

■ 2년만에 코트복귀 도로공사 세터 최윤옥

7년간의 프로생활 접고 떠났던 코트
자격증 공부·알바… 힘든 삶의 교훈
올 7월 컴백…배구월드컵 기둥 역할
“이젠 세상·배구 보는 눈 더 넓어졌죠”


“내가 배구를 사랑했었다는 걸 알았다.”

도로공사 최윤옥(26)은 2009년 6월 주전 세터자리를 박차고 세상으로 나갔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시작해 12년간 오로지 배구밖에 몰랐지만 20대 청춘에게 젊음은 때로 혼란의 연속이다. 돌이켜보니 “한 단계를 넘어서야하는 고비였는데 넘지 못했다”고 했지만 그 땐 작은 마음의 상처도 덧나기 쉬운 시기였다.

7년간의 프로생활을 접고 은퇴를 결심했던 건 어쨌든 다시 살아봐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성적도 잘 나지 않았고,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했다.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최윤옥은 그렇게 배구를 내려놓고 각종 자격증 공부를 했고, 학원비를 벌기위해 호프집과 한의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기죽지는 않았다. “힘들면서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설랬다”고 했다. 때론 버벅거리고 이리저리 부딪히며 세상살이의 재미도 느꼈지만 “돈 버는 일이 참 쉽지 않구나”하는 당연한 깨달음도 얻었다.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우물안 개구리, 그게 나였다”고 했다.

은퇴 직후 도로공사 배구단에서는 코트 복귀를 권유했지만 최윤옥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2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세상에 눈떠갈 무렵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7월 도로공사로부터 다시 한 번 부름을 받았고, 최윤옥은 코트로 돌아오기로 마음먹었다. 한 번도 잊고 산 적 없는 배구였으니까.

“2년 동안 많은 걸 깨달았으니 후회는 없다. 어쨌든 돌아왔으니 명예회복도 하고 싶고,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2년 동안 쉰 탓에 배구 감각은 조금 무뎌졌지만, 세상과 배구를 좀 더 넓고 멀리 볼 수 있는 시야를 얻었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최윤옥의 유일한 무기다.

“그냥 배구를 계속 했다면, 하나밖에 모르는, 당장 눈앞의 것만 보는 나였을 테지만 지금은 모든 상황에서 인내와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최윤옥은 10월 도로공사의 V리그 개막전을 통해 2년 여 만에 다시 코트를 밟았을 때 “그냥 웃음이 나왔다. 배구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내가 배구를 싫어하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행복하게 웃었다.

리그 적응도 채 마치지 못한 채, 국가대표로 발탁돼 2011여자배구월드컵에서 팀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는 최윤옥은 “세터에게 완벽한 경기, 만족스런 경기는 없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만족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또 만약 다시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그 때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삿포로(일본)|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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