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 여기는 베이루트] 대기조 지동원 “백의종군”

입력 2011-1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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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국가대표 축구팀 지동원. 스포츠동아DB

소속팀 벤치 전락 후 A매치 슬럼프 악순환
“교체 출전땐 조급함 버리고 부활의 기회로”


“마음을 비우겠다.”
조광래호 최다득점자 지동원(20·선덜랜드)이 벤치로 물러난다. 대표팀 조광래 감독은 15일(한국시간)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레바논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 이승기(광주)-이근호(감바 오사카)-서정진(전북)의 스리 톱 출격을 예고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손흥민(함부르크)이다. 지동원은 13일 훈련 때도 비 주전 조에 속해 연습게임을 뛰었다. 그는 “(후보로 밀려난 것에는) 크게 신경 안 쓴다. 11일 UAE와 경기 때 너무 잘 해야겠다는 마음만 앞서 플레이가 오히려 더 안 좋았다. 이번에는 기회가 주어지면 마음을 비우겠다”고 밝혔다.


● 위기를 기회로

지동원은 조광래호에서 지금까지 8골을 터뜨렸다. 주장 박주영(아스널)과 함께 가장 많은 득점이다. 올 초 아시안 컵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대표팀 주축 공격수로 떠올랐지만 이런 모습은 최근 온데간데없다.

지동원이 컨디션 난조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경기감각 저하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뒤 9게임을 뛰는 데 그쳤다. 모두 교체였고 뛴 시간은 경기 당 22분에 불과했다. 이 기간 A대표팀에 와서도 9월 레바논(6-0 승)과 3차 예선 1차전에서 2골을 넣은 것 말고는 매 경기 부진했다.

‘소속 팀 벤치→A매치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A매치 부진→자신감 결여’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플레이 뿐 아니라 내 생활에서도 활기찬 게 없어졌다”는 한숨 섞인 말에서 그간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11일 UAE전 후 감기에 걸렸고, 결국 선발에서 밀려났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긍정적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발이 아닌 만큼 크게 부담을 안 가져도 된다. 마음을 비운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지만 성공하면 큰 효과가 있다는 걸 지동원은 경험을 통해 체득한 적이 있다.

그는 전남 시절이던 올 초 K리그 개막 7경기에서 골을 못 넣었다. 지동원의 시즌 첫 골에 매 번 시선이 쏠렸다. 전남 정해성 감독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동원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리기도 했다. 당시 조급함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자’고 했던 이미지 트레이닝이 효과를 봤다. 8경기 만에 강호 수원 삼성을 상대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살아났다. 그 때 생활 리듬과 흐름을 기억해 내야 한다.

레바논전이 팽팽한 접전으로 진행될 경우 지동원의 후반 출격 가능성은 높다. 박주영이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어 대체 공격 자원은 지동원 하나뿐이다. 전격 해결사로 투입될 수 있는 상황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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