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꾼’ 이수근 씨 많이 바꿔주세요

입력 2011-11-2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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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프로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 촬영 한창이씨가 내는 퀴즈 맞히면 물건 새걸로 바꿔줘“시청자 여러분께 웃음 드릴 때 최고의 행복감”

“어머니! 안녕하세요, 추우시죠? 다 젊은 분들만 오셨네요. 하하하… 자, 어머니들∼ 소리 질러∼!”

2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작된 채널A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 야외 촬영 현장. 진행자 이수근(36)은 촬영 전 칼바람을 맞으며 그를 기다리던 중년의 여성 방청객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서민 이미지가 있기 때문인지 어르신들이 많이 예뻐해 주세요. 자랄 땐 한 번도 넉넉하게 살아본 적이 없죠.” 경기 양평군 개군면 주읍리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외지에서 장사를 하는 동안 주로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예능계의 ‘대세’로 통한다. 강호동이 빠진 KBS ‘1박2일’의 좌장 역할을 하고 있고, 걸그룹 가수들의 농어촌 체험 프로그램 ‘청춘불패2’ 공동 진행도 맡았다. 토크쇼 ‘승승장구’에도 출연 중이다.

채널A에선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를 맡아 처음 ‘원톱’ 진행자로 나선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바꿔드립니다’는 참가자가 진행자 이수근이 내는 퀴즈의 정답을 맞히면 가전제품 가구 등 생활용품을 새것으로 바꿔주는 프로다.

“대세요? 아이고, 아닙니다. ‘1박2일’처럼 주목받는 프로를 하다 보니 그렇게 보이나 봐요. 저는 능력이 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재미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좋을 뿐이죠.”

개그맨 이수근이 채널A 예능프로그램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 전용 트럭 앞에 섰다. 이수근이 내는 퀴즈의 정답을 맞히면 집에 있는 TV 세탁기 피아노 등 생활용품을 새 제품으로 바꿔주는 프로다. 채널A 제공

그는 ‘1박2일’의 첫 1, 2년 동안은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묵묵히 힘든 운전과 잡일을 도맡아 하며 ‘국민 일꾼’으로 자리매김했고, 흐름을 놓치지 않는 재치 있는 애드리브를 선보이면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끌어내고 있다.

예능의 트렌드가 일반인이 참여하는 ‘리얼리티’ 위주로 가면서 그의 매력은 더욱 두드러진다. 리얼리티 프로에선 예측불허의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이 진행자의 최대 덕목이기 때문이다.

“(2003년 ‘개그콘서트’로 데뷔해) 개그맨이 되기 전까지 레크리에이션 강사, 쇼핑센터 행사 진행, 학생 수련회 사회 등 10년간 현장 경험을 쌓았죠. 순발력을 발휘하는 데 강한 편이에요. ‘고음불가’도 개인 경험에서 나온 겁니다. 수련원 캠프를 진행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성대 결절로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거예요. 할 수 없이 고음 부분에서는 일부러 낮게 불렀죠. 그게 다들 재미있다고 난리였어요. 언젠가 개콘 같은 무대에 서면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실현됐죠.”

새벽에 귀가할 때도 그는 다른 예능 프로를 꼭 모니터한 뒤 잔다고 했다. “아직 채우고 있는 단계지요. 전기가 없어도 주변의 전자제품이 돌아갈 것 같은 에너지,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은 한참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최근 주 7일 일할 정도로 바쁘다. 어려서부터 태권도(공인 4단)로 단련해 몸 관리를 따로 하지 않아도 건강하다고 했지만 목에선 쉰 소리가 났다. “야외 촬영이 대부분이라 소리를 크고 높게 질러야 해요.” 이비인후과에서는 수술하라고 했지만 그냥 이 목소리로 고정됐으니 괜찮다는 생각이다.

“힘들진 않아요.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 감사하죠. 가족들에게는 많이 미안합니다. 애들(아들 둘)이 아빠에게 잘 안기지 않아요. 지금은 이해 못하겠지만 아빠가 회사 사장이나 기업 간부는 아니더라도 웃음을 주는 좋은 직업을 갖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려면 계속 열심히 해야겠죠.”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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