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 “김수현 작가, 날 보고 영악하대요”

입력 2011-11-23 08: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BS ‘천일의 약속’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는 헌신적인 남자 주인공 박지형으로 출연중인 배우 김래원.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SBS ‘천일의 약속’서 열연

“내 대본에만 유난히 많은 ‘…’
연기 욕심 냈더니 김작가가 조크
우유부단하다? 이젠 ‘단칼’ 변신”


“우유부단하고 민폐 캐릭터라구요? 사실 저도 답답했어요.”

김래원은 요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남자 주인공 박지형으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김수현 드라마에 출연해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방영 이후 그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는 엇갈린다.

극 중 박지형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부모와도 의절할 각오까지 하는 인물. 이런 모습에 대해 지고지순한 사랑을 이해한다는 평이 있는 반면, 김래원과 박지형이 물에 기름이 뜬 것처럼 융화되지 못하고 겉돈다는 지적 또한 많다.


● “극본 내 대사의 ‘…’ 의미 이해하느라 애먹었어요”

이런 시청자의 평가에 대해 김래원은 푸념과 하소연을 한꺼번에 털어놓았다. 인터뷰 당일 새벽 5시까지 촬영을 하고 부랴부랴 온 김래원은 눈 밑의 ‘다크서클’이 코까지 내려왔다.

“촬영을 시작하고 거의 3~4시간밖에 잠을 못 잤어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가 미리미리 대본이 나오는 걸로 유명하지만 그걸 이해하고 연기해야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김래원은 촬영으로 바쁜 상황에서도 시청자의 반응은 꼬박꼬박 챙겨서 보는 편이다. 비난 하나 하나에 크게 감정이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신경은 쓰인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처음에 생각했던 방향으로 밀고 나가고 싶은데 우유부단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서운하죠. 지형이는 절대 우유부단한 캐릭터가 아니에요. 부모가 정해둔 결혼할 여자(향기)와 사랑하는 여자(서연)사이에서 절대 갈팡질팡하지 않았어요. 김수현 작가님이 젊었을 때 ‘단칼’이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자기도 그 상황이면 지형이처럼 했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저 잘하고 있다고 힘내라고 하시던데요?”

김래원도 초반에는 박지형을 100%이해하지 못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속사포 대사가 많기로 유명한 김 작가의 대본이었지만, 정작 김래원의 대사는 말줄임표 ‘…’ 이 대부분이었다. 대사가 있어봐야 ‘서연아…’ ‘향기야…’ 정도다.

“‘…’을 이해하기가 어렵고 답답했어요. 중반까지는 서연이가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리고 그걸 받아들이고, 그 여자의 시련, 아픔을 보이는 게 중요했죠. 저는 서연이의 아픔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도구에요. 하지만 욕심이 나서 ‘…’을 연기하려고 하니까 김수현 작가가 영악한 놈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하”

그는 “차라리 울면서 감정을 표출하는 연기가 더 쉬웠을 것”이라며 ‘내면연기’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제는 조금 편해진 것 같아요. 이제까지 서연의 아픔을 보여줬다면, 주제인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표현할 날이 다가왔어요. 단순히 병에 걸린 여자와 그 여자를 지켜주는 남자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중간 중간 극적장치가 있으니까 지루하지 않을 거예요.”


● “처음에는 출연제의 거절할 생각…김해숙의 전화받고 마음 바꿨다”

인터뷰 내내 김래원은 김수현 작가에 대한 무한 신뢰를 내비쳤다. 하지만 뜻밖의 말도 했다. 많은 연기자들이 그렇게 출연하길 원하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이지만, 정작 그는 ‘천일의 약속’을 출연할 때 ‘김수현’이란 이름 때문에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대 전에 받아 본 것은 시놉시스도 없고 대본 네 권이 전부였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지형이 캐릭터에 전혀 끌리지 않았어요. 대본에 ‘…’가 많으니까 출연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거절하려고 가던 길에 어머니로 출연하는 김해숙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어요. 김해숙 선생님이 연기인생에 도움이 될 거라고 꼭 하시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정했죠.”

김래원은 최근 불거진 고액 출연료(회당 5000만 원)에 관련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 가운데 가장 비싼 몸값을 받은 연예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저는 할 말이 없네요. 주는 대로 받았는데. 대답하기 곤란하네요.”

그는 이제 서른이 넘었다. 복무도 마쳤고, 앞으로 연기에 대한 목마름을 드라마와 영화로 풀 예정이다.

“결혼할 생각은 아직 없어요. 자연스럽게 사랑이 찾아오면 모를까. 제 나이에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고 연애하기란 또 어렵잖아요. 당분간 일만 하려고요. 그동안 3년에 두 작품씩 해왔는데 욕심을 내려고요. 주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가볍고 저한테 맞는 드라마가 있다면 또 도전해야죠. 이제 30대가 됐으니까 본 게임을 하고 싶어요. 배우 김래원의 작품을 하나씩 만들어 가야죠. ‘천일의 약속’이 첫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