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홍콩댁.’ KBS 간판 아나운서에서 프리랜서로, 지금은 한 남자의 아내로 내조에 전념하고 있는 강수정. 이번엔 ‘맛있는 도쿄’라는 책을 내놓으며 작가로 나섰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
강수정 “여왕님처럼 산다고요? 살림의 여왕은 맞아요”
■ ‘홍콩댁’ 강수정, 그녀에 대한 오해와 진실남자 잘 만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힌다?
손에 매니큐어도 안 칠하는
베테랑 주부 9단이에요
도쿄맛집 꿰고 있는 홍콩댁
해외에 집 두채?
일본 살다 홍콩으로 이사
두 집 살림 아니랍니다
결혼 후에도 방송과 소셜미디어 트위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방송인 강수정이 이번에는 작가로 변신했다.
그가 도쿄의 맛집을 구석구석 탐방하며 쓴 ‘맛있는 도쿄’라는 책이다. 이 책은 강수정이 1년6개월 동안 지냈던 도쿄 생활의 ‘결산서’인 셈이다.
강수정은 2008년 3월, 국제금융회사 펀드매니저인 재미교포 매트 김씨와 결혼해 현재 홍콩에서 남편과 깨 쏟아지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저자 사인회 등의 일정을 위해 잠시 귀국한 강수정을 서울 광화문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났다.
- 트위터, 블로그를 보면 스스로 ‘도쿄댁’, ‘홍콩댁’이라 부르고 또 실제로 도쿄와 홍콩을 자주 오가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강수정은 집이 외국에 두 채’라는 말도 있는데.
“하하…! 도쿄에 살다가 홍콩으로 이사했어요. 도쿄에는 2009년 봄부터 2010년 여름까지 1년6개월 정도 살았어요. ‘맛있는 도쿄’는 도쿄에 살 때에 쓰기 시작했고요. ‘도쿄댁’이었다가 지금은 ‘홍콩댁’인 거죠.”
- 처음부터 책을 쓸 생각을 갖고 맛집을 탐방한 건가요.
“아뇨. 맛집을 본격적으로 다닌 건 2009 년 ‘푸드파이터’라는 여행과 음식 소개 블로그(www.foodfighter.co.kr)를 시작하면서였어요. 책을 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을까 싶었죠.”
- 그동안 트위터(@soojingi)에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가는 음식사진들을 많이 올렸죠. 이번엔 책도 내구요. 신년을 맞아 다이어트에 돌입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 ‘맛있는 도쿄’는 엄청난 마음의 시험을 주는 책인 듯 합니다.
“여행 가면 한번쯤 왕창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있잖아요. 저도 서울에서는 다이어트 때문에 잘 안 먹으려고 노력하지만 여행을 갔을 때는 다르죠. 아침 7시쯤 일어나 빵 사러가고, 11시에 라면이나 햄버거같은 것 먹고, 오후엔 디저트, 그리고 저녁을 잘 먹는 식이죠. 그렇게 일주일 정도 확 먹어요.”
- 책에 무려 106곳이나 되는 맛집이 나오는데, 정말 그 음식을 다 먹어본 건가요. 6개월만 그렇게 살다간 10kg은 살이 찔 것 같은데요.
“어, 저도…운동은 해요(수줍게). 100% 다 제가 먹은 음식이구요. 대신 먹기 위해 죽도록 운동을 하죠. (얼마나 하시는데요) 매일 한 시간씩요. 적다고요? 매일 한 시간씩 운동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 데요!”
- 원래 먹는 것을 중요시하는 성격이었나요.
“제가 태어났을 때 4.3kg이었대요. 사람들이 보고 100일된 아기로 알았다죠. 그래서인지 어려서부터 식탐이 강해요. 고3때 단체 사진을 보면 부모님도 저를 못 찾으세요. 흐흐”
- ‘강수정은 좋은 남자한테 시집가 여왕님처럼 산다’라는 사람들의 시선이 있는데요.
“헉!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근데 제 손 보세요. 매니큐어도 안 칠했죠. 저 요리 많이 해요. 오빠(결혼 4년차지만 아직도 남편의 호칭은 ‘오빠’란다)가 한식만 좋아하거든요. 갈치·고등어조림, 청국장 이런 거. 아마 주변 언니, 친구들 중 제가 집안 일 제일 많이 하고 살 걸요.”
- ‘홍콩댁’의 하루가 궁금한데요.
“오빠가 아침 6시 반이면 출근해요. 가래떡을 구워주거나 토스트, 주스 같은 걸 차려주죠. 출근하면 저도 아침 먹고, 설거지하고 어학 학원을 가요. 오빠가 저녁이면 ‘얄미울 정도로’ 정확하게 퇴근하죠. 오면 딱 밥이 차려져 있어야 해요. 남자들 배고픈 거 못 참잖아요. 주말에 외식 안 나가면 금요일 밤부터 2박 3일 동안 꼬박 제가 밥을 해요. 나중에는 ‘어디 출장 좀 갔으면 좋겠다’ 하기도 하죠.”
인터뷰가 끝날 무렵 강수정이 스마트폰을 보다 “킥킥”거리며 웃었다. 홍콩에 있는 남편으로부터 “수정아, 회사 사람들한테 책 15권 팔았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온 것. 깨가 서 말이다. 강수정은 “정말 오랜만의 인터뷰인데 편하고 재밌었다”며 돌아갔다. 기자 역시 즐거운 인터뷰였다. 다만 고백하자면, 인터뷰를 하는 내내 배가 고팠다. 그것도 몹시.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