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육상부’가 재가동된다. 이종욱(32)을 필두로 고영민(27), 오재원(27), 정수빈(22)이 ‘뛰는 야구’를 준비하고 있다.
선봉장으로는 맏형 이종욱이 나섰다. 그는 2006년 방출의 설움을 딛고 51도루를 기록하며 도루왕을 차지한 대도다. 2007년과 2008년 각각 47도루를 올리며 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르는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잦은 부상으로 6년 연속 30도루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올해 “나는 원래 뛰어야 하는 선수다. 다시 뛰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도루왕(46개) 오재원도 있다. 그는 주력, 슬라이딩보다 스타트가 좋은 주자로 유명하다. 끊임없는 연구와 뛰어난 눈썰미로 배터리의 사소한 동작까지 캐치해 뛸 타이밍을 잡아낸다. 무엇보다 ‘무조건 뛰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주자가 나갔을 때 단순히 투수를 괴롭히는 목적으로 모션만 취할지, 2루를 훔치기 위해 움직일지 경기흐름을 읽는 영리함이 돋보인다.
고영민도 등번호를 3번에서 14번으로 바꾸며 부활을 예고했다. 그는 늘 예측을 뛰어넘는 주루플레이로 상대배터리를 흔들곤 했다. 수비수들을 일순간 혼란에 빠뜨리는 능력을 찾아 그라운드를 휘젓겠다는 각오다. 미래의 톱타자로 떠오른 정수빈 역시 지난해 도루수를 13개에서 31개로 늘리며 육상부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올 시즌 도루‘수’가 아닌 도루‘시도’를 거론하며 “팀에 도움을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야구는 간단히 말해 누가 더 많이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느냐의 싸움이다. 하지만 주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일단 출루해야 하고 한발 더 진루해야 한다. 강팀의 조건 중 하나도 기동력. 두산이 다시 한번 발야구에 집중하는 이유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