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정치계 입문? 스크린 속에서 대통령도 해봤는데 뭘 굳이 현실서…”

입력 2012-01-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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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영화 ‘부러진 화살’과 ‘페이스메이커’를 19일에 나란히 개봉하는 배우 안성기. 장르와 소재가 다른 두 영화에서 안성기는 극과 극을 오가는 인물을 통해 묵직한 힘을 발휘한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영화 ‘부러진 화살’ 안성기, 그에 대한 오해와 진실

고액 몸값을 거부한다?
영화계 힘들 때 OK했더니
그 후로 피해 많이 봤죠, 하하

스트레스 안 받는 바른생활?
매니저 없던 시절
남산터널 내달리며
고함지르고 스트레스 푼 적도


연기생활 55년 만에 처음이다.

배우 안성기(60)가 주연한 영화 두 편이 같은 날(19일) 극장서 개봉한다. 법조계를 향해 홀로 싸운 해직 교수의 실화 사건을 다룬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과 휴머니즘으로 녹여낸 마라톤 영화 ‘페이스메이커’(감독 김달중)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안성기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두 영화의 제작 규모가 다르니 상대적인 비교를 하자면 저예산인 ‘부러진 화살’이 제대로 평가받길 바란다”고 속내를 꺼냈다.

‘부러진 화살’의 제작비는 불과 5억 원. 안성기는 연출을 맡은 정지영 감독과 90년 ‘남부군’, 92년 ‘하얀전쟁’에 이어 20년 만에 만났다.

● “매력적인 인물로 보이지 않도록 연기하는 게 숙제”

“가끔 두툼한 두께의 시나리오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야기 방향도 덜 잡힌 그런 시나리오를 받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아요. 하지만 ‘부러진 화살’ 시나리오는 군더더기가 없고 짜임새가 강해요. 읽은 뒤 바로 출연하겠다니까 정 감독이 더 놀래요.”

영화 ‘부러진 화살’은 2007년 벌어진 석궁 시위 사건이 배경이다. 성균관대 전 수학과 교수 김명호 씨는 교수지위 확인소송 판결에 불복해 담당 판사를 찾아가 석궁을 쐈다는 혐의로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영화는 재판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 조작 의혹을 다루며 한 개인이 사법권력과 맞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신랄하게 그렸다. 안성기는 “실화를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가 가진 힘과 영화적인 표현에 주목했다”며 영화와 실제 사건에 선을 그었다.

“김명호 교수를 만나지도, 관련 책을 읽지도 않았어요. 재판 과정을 찾아보지도 않았고요. 김명호 교수가 아니라 영화에서 저는 김경호 교수예요. 다만 사실성이 필요하니 김경호 교수를 멋있는 주인공이나 매력적인 인간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건 숙제였죠.”

‘부러진 화살’은 무명 배우를 기용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안성기가 주인공 김경호 교수 역을 맡으면서 김지호, 나영희 등이 참여했고 극영화로 장르도 바뀌었다. 예민한 소재여서 기성 배우가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던 제작진 입장에서 안성기의 선택은 반가운 일이었다.

“지금까지 해온 게 있는데 제 연기를 그렇게(정치적으로) 보지는 않을 거예요. 저는 영화가 담아야 하는 즐거움이 먼저예요. ‘부러진 화살’은 힘없는 개인이 큰 다수에 의해 좌우되는 이야기인데 예술적인 작업으로 해볼만하다고 생각했어요.”

안성기는 이 영화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건 아니라고 했지만 영화로 인해 자연스럽게 벌어질 파장에는 기대를 걸고 있는 듯 보였다.

“‘도가니’를 보진 않았지만 그 영화도 사회적 역할을 했잖아요. 그만큼 사회가 공감이나 공존에 대해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법조계를 건드리는 부분이 있고 그걸 자유롭게 이야기해보자는 영화입니다.”

● 출연료부터 정치 참여설까지…그의 솔직한 고백

안성기는 출연 영화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자신을 둘러싼 정치 참여설, 일부 배우들의 고액 출연료에 대해서도 생각을 감추지 않고 꺼냈다.

먼저 정치 참여설을 묻자 그는 “콜 받은 적 없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아주 예전에 몇 번 (제안이)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없어요. 사람들이 막연히 ‘받지 않을까’ 생각해서 가끔 기사가 나오는 것 같은데요. 여러 자료에 내 이름이 나올 때도 있으니까 (정당)출입기자들이 그걸 보고 쓰는 거 아닐까요. 하려면 영화 속에서 해야지요. 내가 대통령도 했고 왕은 몇 번 해 봤더라…. 하하.”

톱배우들의 출연료에 대해서도 그의 생각도 분명했다. 스포츠선수들이 십 억대의 연봉을 받는 사실을 언급하며 “배우가 본업인 사람들은 1년에 한 편 하고 많으면 5억 원 정도 받는데 적정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또 “화려한 시상식에서 배우의 모습이 보여지다 보니 피땀 흘려서 돈 버는 진짜 모습은 모른다”며 “촬영장에서 배우들은 목숨을 걸고 찍을 때가 많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안성기는 영화를 생각해 적게 받는다’는 영화계 통설에 대해서도 유머를 섞어 입을 열었다.

“90년대 초·중반 한국영화가 어려울 때 ‘남들 상황보지 말고 내 견지대로 가겠다’고 했어요. 그 뒤로 피해 많이 봤어요, 하하. 다시 상황을 바꾸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다른 배우들한테는 다 주면서 나한테는 도와달라고 하고 계속 덜 받으라고 하니까 거 참….”

안성기는 대중에게는 늘 푸근하고 친근한 배우다. 유니세프 친선대사와 굿다운로더 홍보대사를 맡아 사회활동도 활발하다. 연기를 하고 사람들과 관계 맺고 살아가며 받는 스트레스를 안성기는 어떻게 풀까.

“예전엔 차를 운전하고 남산터널을 달리면서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것도 이제는 매니저와 함께 다니니 할 수가 없고(웃음). 지금은 역지사지로 생각해요. 상대를 이해해야죠.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고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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