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까지…” 박주영의 겨울은 -20℃

입력 2012-01-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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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스포츠동아DB

박주영. 스포츠동아DB

교체멤버 올렸지만 끝내 출전 불발
경쟁상대 앙리는 복귀전서 결승골
웽거감독 “동화 같은 장면” 앙리 극찬

소속 팀이 잘 되면 웃어야 할 텐데, 박주영(아스널)은 그럴 수 없었다.

아스널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리미츠스타디움에서 열린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잉글리시 FA컵 64강전에서 2개월 단기 임대된 ‘레전드’ 티에리 앙리가 후반 32분 기록한 결승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격한 포옹으로 앙리의 득점을 기뻐하던 아스널 웽거 감독은 교체 멤버로 벤치에서 호출을 기다리던 박주영을 끝내 외면했다.


● 돌아온 전설, 다시 영웅으로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앙리에게 쏟아졌다. MLS(미국메이저리그사커) 뉴욕 레드불스에서 임대된 앙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999년부터 2007년 6월까지 아스널에서 226골(380경기 출전)을 터뜨리는 등 ‘아약스(해결사)’란 닉네임으로 사랑받던 앙리는 0-0으로 맞선 후반 23분, 마루앙 샤마크를 대신해 교체 투입됐다. 그리고 10여 분 만에 승부를 갈랐다. 리즈 문전에서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알렉스 송의 패스를 잡은 앙리는 오른발 땅볼 슛으로 골 망을 흔들었다. 진짜 원샷-원킬이었다. 웽거 감독은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이미 전설인 앙리는 또 다른 전설을 남기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주인공의 기쁨도 적지 않았다. “아스널에서 다시 뛰리라곤 생각지 못했다”던 앙리는 “이번 골이 마지막은 아니다”며 계속된 선전을 다짐했다.


● 박주영은 울상

앙리의 활약은 박주영에게 큰 악재다. 코트디부아르 공격수 제르비뉴와 모로코 스트라이커 샤마크가 이달 말 개막할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 출전하게 되자 아스널은 대체 자원 물색에 나섰다. 박주영도 정황이 불안하긴 했지만 내심 보다 많은 출격을 기대했다. 결과는 정 반대였다. 앙리의 등장으로 경쟁은 더 거세졌다. 작년 8월 입단 후 박주영은 3경기 출전에 그쳤다. 최근에는 2군 경기에 나섰다가 망신만 당했다. 웽거 감독은 판 페르시의 리즈전 결장을 예고하며 “우린 박주영과 샤마크가 있다”며 기대감만 부풀렸을 뿐, 선택은 앙리였다. 앙리는 “한 번의 찬스를 살려야 한다. 다음 찬스는 기약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박주영이 새겨들을 대목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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