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가 되면서 선수 이적 및 재계약, 연봉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훈을 떠나기 전에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는 게 구단들의 바람이지만 늘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도장을 찍지 않으면 전지훈련에 데려가지 않겠다’거나 연봉협상을 대리인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전훈지에서 아예 몰아서 하는 경우도 심심찮다. 적어도 이번 겨울에는 이런 얘기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K리그 시장상황에 비해 연봉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공감하는 얘기다. 다만 일부 FA(자유계약) 선수에 국한된 문제를 전체의 일인 양 확대해석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어쨌듯 연봉이 부담스럽다보니 일정한 연봉상한선을 두고 나머지는 수당으로 대체하려는 게 요즘의 추세다. 특히 승리수당이 대표적인데, 과거와 달리 선수 개인별 편차를 두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처럼 돼가고 있다. 재정이 취약한 시·도민구단들은 그다지 고민할 것도 없는 문제지만 소위 ‘기업구단’들은 승리수당으로 연봉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많이 이겨서 많이 가져가라’는 논리는 일면 기업의 생존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지나친 수당의 차별화는 팀워크를 해치는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난 이겨도 400만원 밖에 못 받는데 저×은 1,000만원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그냥 져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는 A선수의 말은 우스갯소리로 지나칠 일은 아니다.
승리수당은 원칙적으로 똑같이 배분되어야 좋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고액연봉자라고 해서 팀 승리에 반드시 더 많이 기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승리수당을 책정하는 방법은 좀 더 세련되어야한다. 강팀을 상대로 이기면 더 많이 주고, 누가봐도 승리가 예상되는 경기는 비중을 낮추는 방법이 한 예다.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의 경우 지난 시즌 성적 상위 1∼4위 팀을 상대로 이기면 6,000유로(약 900만원, 세전, 2009-2010 시즌 기준), 나머지 팀들은 4,000유로의 승리수당을 지급한다. 리그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이 대체로 정해져 있다보니 라이벌과의 경기에 수당을 집중하는 것이다. 박주호가 뛰는 FC바젤의 경우 더욱 극단적이다. 클럽이 리그순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면 상대팀과 관계없이 1승당 3,000스위스프랑(약 375만원, 세전, 2011-2012 시즌), 2위에 랭크돼 있는 동안에는 1승당 2,400스위스 프랑을 지급한다. 3위 이하로 떨어지면 승리수당이 없다. 챔피언스리그 출전 가능권인 2위 이하는 의미가 없다는 극단적인 1위 수성 전략이다. 무승부 수당의 경우 유럽클럽들은 정확히 승리수당의 1/3을 지급한다. 무승부 1점, 승리 3점인 현행 포인트 제도를 감안하면 지극히 합리적이다. 반면 K리그에선 무승부 수당에 일정한 기준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K리그의 승리수당은 전세계 통틀어 중상위급이다. 1승당 최소 200만원 이상이다. 돈이 많다는 중동 클럽들도 공식적인 승리수당은 이보다 적다. 따라서 운용만 잘 한다면 팀워크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제2의 연봉’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김동국 지쎈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