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카리스마는 감독이 된 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LG 김기태 감독(큰사진)은 에이스 박현준(작은사진), 주전 포수 김태군, 마무리를 꿈꾸던 우규민 등 팀의 핵심 전력을 체력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하는 칼같은 원칙을 지켰다. 스포츠동아 DB
체력테스트 결과 몸상태 60%도 안돼
“약한 선수·준비 안된 선수는 필요없다”
김태군·우규민·유원상도 캠프서 제외
에이스 박현준이 빠졌다. 주전 포수감으로 꼽혔던 김태군도 제외했다. 칼같은 원칙, 이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되고 있다.
LG 김기태 감독이 11일, 투수조(사이판)와 야수조(오키나와)로 나눠 15일부터 시작되는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을 작성하며 간판 투수인 박현준을 비롯해 조인성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됐던 포수 김태군을 제외했다. 군 제대 후 팀에 합류해 마무리 투수를 꿈꾸던 우규민과 지난 시즌 한화에서 트레이드된 유원상도 빠졌다. 재활과정에 있어 명단에서 빠진 야수 정의윤 서동욱과는 또다른 명확한 ‘징계 차원’이다. 백순길 단장이 “아침에 명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할 정도로 예상 밖의 결과다.
김 감독이 박현준 등을 제외한 것은 10일 열린 체력테스트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김 감독은 “100%도 아니고 몸 상태가 60% 정도라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 이 기준에도 들지 못했다”며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선수들에게 자율적 훈련을 얘기하며, 약속했던 게 있다. 이들 선수들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현준은 지난해 13승을 올리면서 새로운 에이스로 각광받은 선수다. 감독으로서도 쉬운 결정이었을 리 없다. 하지만 김 감독은 “언제까지 구단 (훈련)에 기댈 것인가. 선수들 스스로 자생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강한 새끼만을 품고 가는 사자의 예를 들며 ‘약한 선수, 준비가 안 된 선수’는 스프링캠프에 데려갈 이유가 없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박현준에 대해 한 구단관계자는 “눈에 띄게 몸이 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번 조치가 한 단계 성장하는 아픈 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들 탈락자들은 앞으로 구리와 진주 등에서 진행될 잔류군 훈련 일정에 따라 훈련을 하게 된다.
물론 앞으로 훈련 결과에 따라 스프링캠프 추가 합류 등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김 감독의 단호한 결단은 당장 선수들의 정신무장을 새롭게 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선수는 “감독님께서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이라며 “전지훈련에 가더라도 언제든 다시 귀국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 5일 신년하례식에서 선수들에게 “그라운드에서만큼은 잔인해지자”며 전쟁에 임하는 선수들의 남다른 정신자세를 당부한 적이 있다. 전쟁을 앞두고 스스로 전력을 갖추지 못한 병사는 과감히 제외하며 외부보다 먼저 내부에 칼을 댔다. 김 감독의 ‘강공, 개혁 드라이브’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잠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