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치홍 “골든글러브, 수성 아닌 도전”

입력 2012-01-13 10: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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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홍. 스포츠동아DB

통산 10번의 우승을 달성한 KIA 타이거즈는 각 포지션별로 수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다.

하지만 2루수 포지션 만큼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982년 차영화가 프로야구 출범 첫 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정확하게 20년 만에 김종국이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김성한(1루수)-한대화(3루수)-이종범(유격수) 등 내야의 다른 포지션에는 슈퍼스타가 있었지만 2루수는 스타급 선수가 없었다.

‘대형 2루수’에 목말라 있던 KIA에게 희망이 찾아온 것은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서울고 출신 아기호랑이 안치홍(21)이 입단하면서부터다.

데뷔 첫 시즌 올스타전 MVP를 수상하며 ‘깜짝 스타’가 된 안치홍은 2010년 0.291의 타율을 기록하며 KIA의 붙박이 2루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2011년에는 프로 첫 3할(0.315) 타율과 함께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의 감격을 맛봤다. 정근우(SK), 고영민, 오재원(이상 두산), 조성환(롯데), 신명철(삼성) 등 쟁쟁한 2루수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얻은 값진 골든글러브였다.

“당연히 기분 좋습니다. 더 기쁜 건 아버지께 효도를 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 아버지께서 제가 골든글러브를 받는 게 소원이라고 하셨거든요. 아버지가 간절히 원하셨던 것을 제가 안겨 드려 뿌듯합니다.”

안치홍은 골든글러브 수상에 대한 소감을 묻자 아버지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솔직하게 말하면 올해 골든글러브는 운이 많이 따랐습니다. 최고의 2루수인 정근우 선배가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했고, 다른 선배들도 부상과 슬럼프에 빠지면서 제게 행운이 온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2012년이 진짜 승부라고 생각합니다. 골든글러브를 지켜야겠다는 마음보다 선배들에게 도전하겠다는 각오가 앞섭니다.”

안치홍의 장점 중 하나는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운이 많이 따랐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프로 입단 3년 만에 정상급 2루수로 성장한 안치홍. 그와 2011시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또 다가올 2012시즌의 포부도 들어봤다. 지금부터 안치홍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음은 안치홍과의 일문일답

-치아 교정기가 눈에 들어온다. 불편하지 않나?
: 시즌이 끝나고 시작했다. 아무래도 교정기를 착용하니 답답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원래 밥을 엄청 빨리 먹는 편이다. 그런데 교정기를 착용하니 천천히 꼭꼭 씹어 먹게 되더라.

-지난해 허리부상으로 고생했는데 지금 상태는?
: 운동을 쉬니까 많이 좋아졌다. 지금은 괜찮다. 2010년부터 조금씩 안 좋았는데 지난해 부상이 커져 힘들었다. 허리가 아프니까 다른 부상은 부상도 아니더라.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

-지난해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했다. 다시 한 번 수상 소감을 말해달라.
: 당연히 기분 좋다. 그것보다 더 기쁜 건 아버지께 효도를 했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 아버지께서 ‘골든글러브를 받는 게 소원이다’고 하셨다. 아버지가 원했던 것을 안겨 드려 뿌듯하다.

-정근우, 조성환, 오재원, 등 뛰어난 2루수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비결은 무엇인가?
: 솔직하게 말하면 올해 골든글러브는 운이 많이 따랐다. 최고의 2루수인 정근우 선배가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했고, 다른 선배들도 부상과 슬럼프에 빠지면서 내게 행운이 온 것 같다. 때문에 2012년이 진짜 승부라고 생각한다. 골든글러브를 지켜야겠다는 마음보다 선배들에게 도전한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안치홍. 스포츠동아 DB


-2011시즌을 평가하면,
: 오프 시즌 동안 부상으로 많은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훈련량이 부족했던 것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시즌이다. 하지만 팀이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과 포스트시즌에 부진했던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기록적인 면에서도 3할 타율을 기록하긴 했지만 다른 부문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시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홈런이다. 홈런수가 적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 허리 부상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허리가 아프니 순발력과 스피드가 많이 떨어졌다. 그러면서 스윙을 강하게 하지 못했다. 매년 기술적인 발전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했는데 다음 시즌에는 기술보다 신체를 강화하는데 신경을 쓸 생각이다. 순발력과 스피드를 키우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순발력과 스피드가 좋아지면 안타가 장타가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홈런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균 선배가 말한 ‘홈런은 잘 맞은 안타’라는 말에 동감한다.

-많은 야구팬들은 안치홍이 ‘20홈런-20도루’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 20-20에 대한 욕심은 없나?
: 언젠가는 달성하고 싶은 기록이다. 하지만 20-20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타격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일단 다음 시즌은 ‘3할-두자릿수 홈런’을 기대하고 있다. 경험이 쌓이고 기량도 향상되면 몇 년 후에는 20-20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18개였던 도루가 지난해 절반인 9개로 줄었다. 허리 부상이 원인인가?
: 지난해 도루를 시도하다 허리를 다쳐 쓰러진 적이 있다. 그때부터 사실상 도루를 포기했다. 조범현 감독님과 황병일 코치님이 ‘큰 부상을 당할 수 있으니 뛰지 말라’고 주문하셨다. 그래서 1루에 출루하더라도 거의 베이스 옆에 붙어 있었다. 올해는 많이 뛸 생각이다.

-수비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이유가 무엇인가?
: 훈련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경기를 치를수록 조금씩 향상되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불만이다. 많이 늘었다는 느낌은 없다. 올해 기록한 9개의 에러 중 말도 안 되는 에러가 6개나 있었다. 더 줄여야 한다.

-프로 입단 후 수비력 향상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
: 김동재 코치님이다. 기본기를 잡아주셨고 수비가 두렵지 않게 만들어주신 분이다. 반쪽 선수였던 나를 야구선수로 만들어주셨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다. 걷기도 하고 사람도 알아본다. 꾸준히 병원을 찾아 인사 드리고 있다.

-선동열 감독이 취임했다. 따로 주문한 게 있나?
: 수비에 좀 더 신경을 쓰라고 하셨다. 다른 말씀은 아직 없다. 말씀을 많이 안 하신다. 아직까지 작년과 다를 게 없다. 감독님 카리스마가 대단해 선수들이 스스로 뭔가를 찾아서 하게 된다.

-이순철 수석코치가 주문한 건 없나.
: 역시 특별히 주문하신 것은 없다. 다만 타격에서 욕심을 많이 내면 슬럼프에 쉽게 빠지니 그것만 주의하라고 하셨다. 짧은 시간이지만 겪어 보니 정말 좋으신 분이다.

-선동열 감독은 ‘강한 2번타자’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유력한 2번타자 후보 중 한 명인데 2번타순이 부담스럽지 않나?
: 팀 분위기만 봤을 때 오히려 (신)종길이형이 유력한 2번타자 후보인 것 같다. 내가 2번을 맡을지 3번을 맡을지 모르겠지만 부담은 없다. 어떤 타순에서든 즐기려고 한다. 다만 언젠가는 KIA의 3번타자가 되고 싶다.

-원정 룸메이트는 누구인가?
: 이현곤 선배와 3년 동안 함께 생활하고 있다. 데뷔 첫 해는 팀 막내여서 조금 어려웠는데 이젠 적응이 됐다. 너무 편하게 해주신다. 다른 신인급 선수랑 쓰게 되면 내가 게으름을 피울 것 같다. 이현곤 선배와 계속 같은 방을 사용하고 싶다.

-안치홍을 응원하는 팬이 많이 는 것 같다. 특히 여성팬이 많이 늘었는데 본인도 느끼고 있나?
: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팬도 많이 늘었다. 최근 이용규, 이범호, 김선빈 선배와 사인회를 가졌다. 늘 (이)용규형 팬이 가장 많았는데 유부남이 된 탓인지 (김)선빈이 형과 내 사인을 받으려는 팬이 더 많았던 적이 있다. (웃으며) 결혼으로 이탈(?)된 용규형 팬 일부를 흡수하고 싶다.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 것 같다. 감독님도 새로 오셨으니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개인적인 목표는 골든글러브 수상과 3할-두자릿수 홈런이다.

동아닷컴 |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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