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 안치홍(서울고)에 대한 KIA 타이거즈팬들의 기대가 엄청나다.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를 비롯해 엠엘비파크 등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는 안치홍이 대형내야수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KIA팬들의 글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KIA에 2차 1번으로 드래프트된 안치홍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함평에서 놀지말고 무등에서 생활해라.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그래서 입단 첫 해 목표를 1군 엔트리에 드는 것과 마지막경기를 1군에서 뛰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소박하면서도 비장한 그의 목표였다.
이어 안치홍은 “개인적인 목표도 중요하지만 타이거즈의 통산 10번째 우승과 명가재건에 밑거름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고 덧붙였다.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유니폼을 입고 경기할때가 즐겁다는 야구소년, 할 줄 아는 건 야구가 전부라는 대형 유망주를 만나 그의 욕심과 각오를 들었다.
※안치홍, 그리고 유격수 5인방
올해 고3 선수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특급투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유격수 쪽에는 수준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경북고 김상수(삼성), 충암고 이학주(시카고 컵스), 광주제일고 허경민(두산), 경기고 오지환(LG), 서울고 안치홍(KIA)은 ‘유격수 5인방’으로 꼽히며 2007년 고교야구를 ‘숏스탑의 무대’로 만들었다.
이학주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다른 4명의 선수도 1차 혹은 2차 1라운드에서 지명됐을 정도로 재능을 인정 받았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선의의 경쟁을 펼쳤고, 그러면서 기량도 자연스럽게 향상됐다. 이들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프로에서도 보여준다면 이종범-유지현-김민호-류중일-박진만-김민재 등이 함께 뛰었던 90년대 중반의 ‘유격수 전성시대’가 다시 도래할 수 있을 것이다.
유격수 5인방 중 한 명인 안치홍은 이들에 대해 “라이벌 관계에 있는 선수들이지만 전화나 미니홈피로 자주 연락하고 지낸다. 프로에서도 멋지게 경쟁하며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KIA 타이거즈 2차 지명 1순위
안치홍은 1차에 지명될 수 있는 자격이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구리 인창중에서 서울 대치중학교로 전학을 했기 때문.
1차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안치홍은 2차 지명에서 가장 먼저 선택을 받았다. 2007년이 되면서 목표로 삼았던 ‘2차지명 1순위’의 꿈을 이룬 것. 안치홍은 “야구를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다. 해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고 소감을 밝혔다.
타지역인 KIA라는 팀이 낯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1년 선배인 (김)선빈이형과 자주 연락하고 지낸다.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고 도움을 청할 생각이다. (전)태현 선배도 알고 지내는 사이이며, (윤)석민이형은 초등학교-중학교 선배님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1차 지명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2차 1번 지명권을 가진 KIA에 입단하고 싶었다. 원하는 팀에서 뛰게 된 만큼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또 “KIA에는 이종범, 이용규 선배 같은 공,수,주를 갖춘 슈퍼스타들이 많다. 롤모델로 삼아야 할 선배들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이종범을 잘 모른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달이 정확하게되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한국야구의 레전드이자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를 모를 수 있겠는가. 나이가 어려 이종범 선배의 유격수 시절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지만, 아버지의 말씀과 각종 기록을 통해 예전의 활약상까지 알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안치홍의 장점-타고난 손목힘과 노림수
프로 스카우터들은 안치홍의 장점을 타고난 ‘손목힘’이라고 했다. 178cm, 80kg의 크지 않은 체격으로 장타를 때릴 수 있는 것은 손목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안치홍 스스로도 손목힘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많이 느꼈던 부분이다. 외국 투수들의 직구가 빨라 타이밍이 늦을 때가 많았는데, 그래도 손몸힘으로 끌고 가 안타로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러면서 그는 “할아버지도 그랬고, 집안의 전통이 통뼈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치홍은 고등학교 학생이면서도 변화구 대처능력이 뛰어나다. 평소 변화구를 때리는 배팅훈련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그것보다 노림수에 의한 공략이 대부분이다.
그는 “고등학교에서는 배터리의 볼배합을 예측하는 것이 잘 들어 맞아 변화구를 공략할 수 있었지만 프로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볼배합이나 투구패턴을 주의 깊게 살피고 익힐 생각이다”고 밝혔다.
강한 손목힘과 뛰어난 노림수는 어쩌면 ‘제 2의 박재홍’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아직은 보완해야 할 수비
안치홍이 프로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보완해야 될 점은 수비능력이다. 고교무대에서는 수준급 수비였지만, 수비자세가 불안해 프로팀의 주전유격수로 활약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안치홍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있었다. 그는 “프로에 입단하면 수비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수비능력은 연습량과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은 더 나아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화려함보다는 부드러우면서도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유격수가 갖춰야 할 강한 어깨에 대해서는 “중학교때까지 투수를 했기 때문에 어깨는 약한 편이 아니다. 올해 원바운드 송구가 많이 나왔던 것은 감독님이 까다로운 상황에선 원바운드로 던지는 것을 요구해서다”고 말했다.
유격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 뛰는 것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유격수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팀에서 2루나 3루수를 원한다면 포지션을 바꿀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안치홍의 주루 플레이는 나쁜 편이 아니다. 파워가 있는 타자임에도 스피드도 괜찮은 편. 특히 20-30미터를 달리는 스피드가 뛰어나 주루플레이에 효과적이다.
※‘안치홍, 엠엘비파크를 알고 있다’
컴퓨터에 친숙한 세대답게 안치홍은 인터넷을 즐기는 편이다. 미니 홈페이지 관리는 물론,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도 자주 접속한다고. 특히 KIA 타이거즈에 지명을 받은 뒤로는 구단 홈페이지를 찾는 시간이 늘었다고 한다.
안치홍은 엠엘비파크도 알고 있었다. 아버지 안광일 씨의 컴퓨터에 즐겨찾기가 된 것을 발견한 뒤 올초부터 꾸준히 찾고 있다고 한다.
안치홍은 “엠엘비파크에 나와 관련된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있는 만큼 더 많은 땀을 흘려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밝혔다.
“프로에 입단한 뒤에는 접속 회수를 줄여야 한다”, “부진한 날은 찾지 않는 편이 낫다”는 기자의 잔소리에는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면 당연히 인터넷을 줄일 것이다. 그리고 경기에서 못했을때 팬들이 해주는 쓴소리도 달게 받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타이거즈의 V10은 안치홍으로부터…
타이거즈가 1997년까지 9번이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한대화-서정환-이종범-홍현우-김종국 같은 뛰어난 내야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이현곤-정성훈-김주형-김민철 같은 기대주들이 입단하긴 했지만, 90년대와 같은 강력한 내야진은 구축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정성훈이 팀을 옮기면서 KIA의 내야진은 초토화 된 상태. 올 시즌에는 이현곤마저 부진하면서 미들인필드 뿐만 아니라 3루까지 무너지고 말았다.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이종범에게 유격수를 맡겨 팬들에게 옛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감동을 주는 편이 낫다.
KIA가 안치홍을 2차 1번으로 선택한 것은 무너진 내야를 되살리겠다는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 안치홍이 2루수나 유격수를 맡아준다면 이현곤과 안치홍으로 2개의 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김선빈, 김종국, 박진영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내야 용병이 들어온다면 KIA의 내야진은 더욱 강한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즉 KIA의 내야정비는 안치홍의 빠른 적응과 맞물리는 셈이다. 많은 팬들이 안치홍의 이름을 불러대는 것도 그가 주전내야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적극적이면서도 승부근성이 강한 안치홍이지만 이런 이야기에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너무 칭찬해주는 것 같아 부끄럽다”며 쑥스러워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냥 야구선수가 아닌 야구에 빠진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타이거즈에 입단한 만큼 사나운 야생 호랑이가 될 것이다”라고 독기를 품었다.
안치홍은 “야구만 알고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지낼 것이다. 내년 시즌 활약을 지켜 봐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mlbpark 임동훈 기자 arod7@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