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하정우.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영화 ‘범죄와의 전쟁’ 하정우를 만나다
“글쎄요….”배우 하정우에게 질문을 던지면 “글쎄요”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2월2일 개봉하는 주연작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감독 윤종빈·제작 팔레트픽처스)에 대해서도 “글쎄요. 뭘까…. 한 남자의 생존방식에 관한 이야기?” 라고 짧은 답이 돌아왔다.
“일상적 화법이 그러냐”고 되물었다.
“얘기라는 게 이리저리 해석되는데 그런 점에서 조심스럽다.”
그래서 평소 화를 낼 것 같지 않다고 넘겨짚자 하정우는 “건강하게 화를 낸다”며 예의 신중한 태도를 드러냈다. “화를 내는 명분이 있다면 화를 내는 게 아니냐”는 덧붙임에 “화를 내는 것은 감정이고 명분이 있다는 건 이성인데 그것들이 동시에 작용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던졌다.
“영화 속 캐릭터가 화를 내야 하는 명분이 있는 것인지를 따져묻는 게 훈련이 된 탓이다.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편인 것 같다.”
그렇다면 ‘범죄와의 전쟁’ 속 조폭 두목 최형배는 이런 하정우에게 맞춤형 캐릭터이다. 그가 맡은 최형배는 1980년대 비리 세관공무원(최민식)과 함께 부산을 ‘접수’한다. 속내를 보이지 않고 큰소리치지 않지만 어느 한 구석 냉혈함을 지닌, 그것 또한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하정우가 “글쎄요…”를 반복하듯 말머리에 앞세우는 모습에서는 최형배의 한 면모가 그대로 배어났다.
그렇다면 그는 왜 “한 남자의 생존방식”에 관한 1980년대 이야기를 택했을까.
“일종의 판타지? 옛 이야기를 그린 영화적 판타지 같은 것? 옛날 이야기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있다.”
교문을 들어설 때 국기에 경례를 하고 겨울철 오후 5시면 국기 하강식이 열리던 시절, 반공 포스터가 교실 뒤에 붙고 88올림픽과 86아시안게임으로 기억되는 시대. 하정우에게 1980년대는 그렇게 기억되는데, 어쩌면 그 나이 또래(1978년)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겠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시대적 치열함은 피해갈 수 없는 것. 그 치열함은 아버지이자 선배 연기자인 김용건에게서도 물려받은 바 크다.
“내 아버지는 이미 30년이 넘는 시간 왕성히 활동해왔다. 아버지의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왕성함을 보면 내가 정작 저 나이가 됐을 때 지금처럼 그대로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정우는 그 아버지의 존재로 “기대감과 위안과 자신감”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암튼 그런 게 있는 것 같다”면서 “내게 좋은 자극과 길잡이가 되는 것만은 틀림없다”는 사실에 겸손해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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