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도, 후배들도 놀란 김동주의 전력질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두산 전지훈련지에서 김동주가 몸을 사리지 않는 주루 플레이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 두산 베어스
몸 사리지 않는 주루플레이 솔선수범
“(김)동주가 뛰니까 후배들 눈빛이 달라지더라고요. 허허.”
두산 김동주(36)가 전력질주하고 있다. 타석에서 1루로, 1루에서 2루로, 몸을 사리지 않고 뛰고 있다.
김진욱 감독도 13일(한국시간) 김동주의 베이스러닝에 주목했다. 사실 생소한 얘기다.
김동주는 어릴 때부터 ‘타격천재’로 불리며 4번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타자다. 올해 역시 중심타선에 이름을 올렸고, 득점권에서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이나 적시타를 때려내는 게 팀 입장에서 더 필요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타격이 아닌 김동주의 주루플레이를 콕 짚어 말했다. 왜일까?
사연인즉 이랬다. 김동주는 최근 시뮬레이션 배팅훈련 때 주자로 나갔다. 이 훈련의 목적은 주자가 있는 상황을 가상으로 설정해놓고 팀 배팅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작전을 익히기 위해서다.
물론 주자도 작전에 따라 함께 움직여야 하지만 사실상 수비수들과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주연. 하지만 김동주는 ‘조연’인 주자로서 1루에서 2루까지 전력질주했다. 달리기가 빠른 것도 아닌데 슬라이딩도 마다않고 열심히 뛰는 모습에 김 감독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김)동주가 베이스러닝 훈련 때 정말 열심히 뛴다. 몸을 사리지 않아 오히려 내가 ‘괜찮냐? 무리하지 마라’고 말릴 정도”라며 “베테랑이 그런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의 태도가 달라지게 돼있다. 특히 (김)동주가 그렇게 뛰니까 선수들 눈빛이 달라지더라.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그런 행동이 주는 메시지는 크다. 감독으로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동주는 지난해 말 3년간 프리에이전트(FA)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1998년 처음 OB 유니폼을 입은 뒤 17년간 ‘두산맨’으로서 그라운드를 누비게 됐다.
그는 2012시즌을 앞두고 개인목표를 버렸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팀 최고참 선수로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이다.
결심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드러나고 있다. 베이스러닝은 빙산의 일각이다. 후배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많은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훈련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비단 팀뿐만 아니다. 그의 곁에는 묵묵히 곁에서 응원을 아끼지 않는 아내와 지난해 태어난 쌍둥이 등 가족이 있다. 야구인생의 전력질주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