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 to 런던] 구본길, 초광속 칼끝…스물셋 검객, 런던을 겨누다

입력 2012-02-2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 펜싱은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남자 사브르 부문 구본길이 기대주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는 구본길. 스포츠동아DB

한국 펜싱은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남자 사브르 부문 구본길이 기대주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는 구본길. 스포츠동아DB

체육과학연구원(KISS)·스포츠동아 공동기획

4. 펜싱 사브르 구본길

펜싱은 2000년대 들어 한국의 하계올림픽 메달 기대 종목으로 급부상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김영호가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매 대회마다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는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남현희가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따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펜싱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만큼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펜싱 세계랭킹 남자 사브르 부문 3위
패기무장 여우같은 플레이 센스만점
칼끝속도 빨라 짧은 동작수행 독보적
빡빡한 대회일정에 체력훈련 태부족
유연성·체력 보완땐 금메달 기대 업


2010년 광저우아시아게임에서 역대 최고인 금메달 7개,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의 엄청난 수확을 올린 한국 펜싱은 이번 올림픽에서 2개 이상의 메달로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노린다. 일단 1차 목표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3개 세부 종목(플뢰레, 에페, 사브르)에서 모두 메달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총 6개 세부 종목에 총 11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펜싱은 최근 남현희를 포함한 여자 선수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런던올림픽에서는 남자펜싱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남자 사브르 개인과 단체 모두 최근 열린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런던올림픽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다.

그 중심에는 구본길(23·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있다. 27 일 현재 국제펜싱연맹 세계랭킹에서 남자 사브르 부문 3위에 올라있다. 그는 이달 초 불가리아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국제그랑프리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랭킹 포인트 합계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올림픽까지 잘 준비하면 충분히 메달 획득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구본길의 가장 큰 장점은 젊은 선수답지 않게 센스가 좋고, 게임 흐름을 잘 읽는다는 점이다. 저돌적이면서도 여우같은 플레이로 상대에게 넘겨줬던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아올 줄 아는 선수다. 이 때문에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드물어 국제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기술적으로 분석해보면 구본길의 칼의 속도는 엄청 빠르다. 체육과학연구원(KISS)에서 펜싱대표팀 선수들의 공격 동작을 분석한 결과 그는 동작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가장 짧은 동작수행시간을 보였다. 또한 마지막 팡트(찌르기)를 해 상대방의 유효면에 닿는 뚜슈 구간에서도 가장 짧은 동작수행시간을 나타냈다. 구본길의 뚜슈 구간 평균 칼끝 속도는 8.73m/s으로 대표선수 평균인 6.91m/s보다 약 2m/s이나 빠르다. 다른 펜싱 종목보다 빠른 공수전환으로 진행되는 사브르 경기의 특성을 감안할 때 칼끝의 속도 빠르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구본길이 사브르 종목에 가장 적합한 기술적인 특성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체력적인 부분이다. 유연성이 부족하고, 체력이 고갈되면 경기력 하락이 눈에 띄는 약점이 있다. 펜싱 종목의 특성상 비 시즌이 거의 없어 따로 체력훈련을 위한 시간을 내기 힘들어 그 동안 약점을 제대로 보완하지 못했다. 세계랭킹을 유지하기 위해서 국제경기를 꾸준하게 출전해야 하고, 유럽 대회가 끝나면 국내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 등 펜싱 선수들은 1년 내내 경기에 나서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휴식시간 부족으로 장기 슬럼프를 겪기도 한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을 통해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1차적으로는 목표를 설정해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그런 뒤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체력 훈련을 병행한다면 런던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만 하다.


○구본길 프로필
○생년월일 : 1989년 4월27일
○출신교 : 오성고-동의대
○주요 경력
2006 세계청소년대회 금메달
2008 세계청소년대회 금메달
2010 국제월드컵 은메달
2010 아시아펜싱선수권 금메달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개인 금메달
단체 은메달
2011 세계펜싱선수권 동메달
2012 국제그랑프리대회 펜싱 은메달

김태완 KISS 연구원
정리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