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EPL] 비야스 보아스 8개월만에 ‘독배’

입력 2012-03-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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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모비치의 데스노트

예고된 결별이었다. 2011∼2012 프리미어리그에서 세 번째 경질 감독이 나왔다. 위태위태했던 첼시의 안드레아 비야스-보아스 감독(사진)이 지난 주말 웨스트 브롬위치전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극성맞은 영국 미디어조차 그리 놀라지 않은 반응이었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과도 같은 게 바로 첼시 감독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시즌 중 사령탑 교체는 극약 처방이라 할 수 있다. 결과도 제각각이다. 선덜랜드는 마틴 오닐 감독이 후임자로 들어오며 강등권에서 탈출해 중위권 도약까지 노리고 있는 반면 QPR은 마틴 휴즈 감독이 대체자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작년 6월 FC포르투(포르투갈)를 떠나 첼시와 3년 계약을 한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새 클럽에서 꿈을 키워갔지만 선수들과의 알력은 이길 도리가 없었다. 첼시의 손해 역시 만만치 않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을 포르투에서 빼오며 연봉 500만 파운드를 지불해야 했고, 여기에 중도 계약 해지로 위약금 1500만 유로(230억원)까지 포르투에 물어줬다.

그러나 결과는 대참사에 가까웠다. 불과 3주 전까지만 해도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비야스-보아스 감독에게 무한 신뢰를 보이며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불과 8개월(40경기)만에 무너졌다.

첼시 구단은 “변화의 조짐이 없다. 유일한 희망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과를 내려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고 발표했지만 시선은 곱지 않다. 첼시 미드필더 준 마타는 페이스북에 “정말 힘든 시간이다. 그간 감사했고, 늘 행복이 따르길 바란다”며 감독 경질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영국 언론은 비야스-보아스 감독을 측은하게 바라본다. 나아가 첼시가 위용을 살리지 못하는 까닭은 감독과 선수들이 아닌, 아브라모비치의 잦은 변심 탓으로 본다. 제 아무리 빼어난 명장이 오더라도 이것저것 간섭하고, 심지어 팀 전술과 훈련에도 관여하는 구단주의 잘못된 행동이 지속되는 한 가망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러시아 석유 갑부 아브라모비치의 재력도 맨체스터시티 등을 지원하는 중동 왕족 보다 못해 ‘약발’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의 후임으로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의 결별설이 나오고 있는 주제 무리뉴 감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맨체스터(영국)|김신애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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