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스포츠동아DB
롯데는 12일 오후 사직구장에서 자체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 탓에 취소했다. 이 경기 취소가 내부적으로 다소 아쉬웠던 이유는 에이스 송승준과 FA 이승호의 등판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두 투수는 가고시마 캠프까지 실전에서 1경기도 던지지 않았다.
특히 이승호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첫 실전으로 1이닝을 던질 계획었다. 가고시마 캠프 중반까지 실전에 나설 몸이 아니었던 점을 고려하면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SK 시절 같으면 이미 2월 중순 실전 피칭이 가능했던 그였기에 이례적으로 늦은 편이다.
FA 계약을 하느라 훈련 스타트가 늦은 탓이 컸다. 개인훈련으로 메우려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물정 모르는 사람들은 대박 장기계약(4년 총액 24억원)을 했으면 첫 해가 가장 속편한 것 아니냐고 여길지 모르지만 당사자는 달랐다. 책임감, 중압감 같은 것이 생겼고, 이러다보니 사이판 캠프에서 훈련 강도를 올리다 근육통까지 발생해 더 늦어지게 됐다. 정대현의 부상 케이스도 당사자만 느끼는 FA 중압감에 따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승호는 “하던 대로만 하자”는 평정심으로 이 모든 심적 역경을 해쳐나가려 결심했다. 어느덧 컨디션도 80% 수준까지 올라왔다. 팀 사정상 희망사항이었던 선발도 물 건너갔지만 팀에 도움이 된다면 불펜도 개의치 않을 각오다. 지금은 오히려 페이스가 늦은 만큼 익숙한 불펜이 더 낫다는 생각으로 바꿨다. FA 첫해, 이승호는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법부터 배워나가고 있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