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배짱과 거침없는 플레이로 미PGA 투어 진출 첫 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배상문이 마스터스 우승에 도전한다.배상문은 “흥분하지 않고 실력대로만 친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제공|캘러웨이골프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다.”
거침없는 상승세로 미 PGA 투어를 누비고 있는 배상문(26·캘러웨이)이 6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마스터스 출전을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올해 마스터스에는 5명의 한국(계) 선수가 나선다. 유선영의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코리언 남매의 메이저 연속 정복이 기대된다. 5주 연속 대회 출전 뒤 마스터스를 앞두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배상문과 전화 인터뷰했다. PGA 진출 이후 국내 언론과의 첫 인터뷰다.
좋은 성적 비결? 루키의 겁없는 플레이
수만명 갤러리 앞 경기 흥분되고 기대 커
목표 우승! 실력대로만 치면 불가능 없다
-마스터스 첫 출전 소감은?
“쫄지 않아야 할 것 같다. 긴장도 되고 흥분도 된다. 지금까지는 크게 들뜨거나 그런 느낌은 없다. 그러나 막상 대회장에 들어서면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수만 명의 갤러리 앞에서 경기해본 경험이 없다. 어떤 기분일지 느껴보고 싶다. 다른 대회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 중이다.”
-마스터스하면 떠오르는 건?
“빠른 그린과 정확한 코스 매니지먼트다. 덤비지 않고 침착하게 달래가면서 경기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목표는 일요일까지 경기하는 것이다. 내 실력만큼만 치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한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된다.”
-트랜지션스 챔피언십 우승을 놓쳤는데?
“루크 도널드, 짐 퓨릭, 로버트 갤리거스까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티 그라운드에 올랐을 때 ‘4명이 연장을 치르게 됐으니 우승 확률이 낮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운이 많이 따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그건 다른 선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도널드가 티샷을 러프로 보내는 걸 보고 ‘나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위치에서 도널드가 가장 가깝게 붙였다. 대단한 샷이었다. 내 샷도 좋았다. 치고 나서는 공이 꽤 가깝게 붙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서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플레이를 했다고 본다. 후회는 없다.”
-액센추어 매치플레이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는데?
“매치플레이에는 처음 출전했다. 다른 경기 방식이어서 긴장도 많이 됐다. 매 라운드마다 마지막 라운드 같은 긴장감을 느꼈다. 승부를 내야 하는 홀에서는 퍼트 하나하나가 마치 우승을 결정짓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 흥분됐던 대회다.”
-좋은 성적의 비결은?
“자신감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네가 잘 해봐야 얼마나 잘하느냐’라는 대담함도 필요할 때가 있다. 나도 마음 수양이 부족한 편이지만 그렇더라도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또 길게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것도 잘 해야 좋은 결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자신감을 갖게 됐나?
“첫 대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니오픈에서 공동 29위를 했다. 그 대회가 끝나고 나서 ‘해볼만 하네’라는 생각을 가졌다. 이어 휴매너 챌린지에서 공동 14위를 했다. 그 다음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서는 3라운드 때 선두권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러면서 ‘별 것 아니구나. 나도 옛날의 내가 아니야’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배상문을 주눅 들게 했던 선수는?
“아직은 없다. 매킬로이의 플레이를 보면 섬세하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든다. 하지만 그린 주변으로 갈수록 그의 플레이는 정말 섬세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1위답다’는 생각을 했다. 한 명을 손꼽으라면 타이거 우즈다. 대단했다. 연습장에서 처음 봤는데 그냥 풍기는 분위기에서 ‘네가 진짜 톱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뭐랄까. 아우라가 다르게 느껴졌다. 광채가 나는 듯 했다. 100야드 웨지샷을 하면서 정확하게 핀 앞에 붙이는 모습을 보고 정말 컨트롤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우즈는 분위기부터가 남달랐다.”
-루키지만 위상이 달라진 것 같은데?
“나 역시 그렇게 느끼고 있다.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대회 때 버바 왓슨,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같은 조에 편성된 것을 보고 나도 놀랐다. 신인이라면 새벽 일찍, 또는 오후 늦은 시간에 플레이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게 좋은 시간에 배정될 줄은 몰랐다. 한국에서 5년, 일본에서 2년, 그리고 미국으로 왔다. 노력도 많이 했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고 있어 다행이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내 자신을 보면서 굉장한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뿌듯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