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 쿠데타, 비결은 열정·젊음!

입력 2012-04-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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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초반 한일 프로축구에서 ‘시민구단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광주FC 최만희 감독(왼쪽)과 사간도스 윤정환 감독은 스포츠동아와 지상토크를 통해 팀 운영에 대해 구체적으로 털어놓았다. 사진제공|광주FC,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초반 한일 프로축구에서 ‘시민구단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광주FC 최만희 감독(왼쪽)과 사간도스 윤정환 감독은 스포츠동아와 지상토크를 통해 팀 운영에 대해 구체적으로 털어놓았다. 사진제공|광주FC, 스포츠동아DB

K리그-J리그 시민구단 돌풍 주역…최만희 광주 감독 & 윤정환 사간도스 감독 선후배 지상토크

K리그 광주FC와 일본 J리그 사간도스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클럽하우스와 전용 훈련장조차 없는 가난한 시민구단이란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부터 꾸준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창단 2년차 광주는 작년 11위에 이어 올해는 초반 5경기를 치러 3승2무로 2위를 달리고 있다. K리그 유일의 무패 팀. 작년까지 J2(2부) 소속이었다가 올해 J리그로 승격된 사간도스는 2승1무1패 5위에 랭크되어 있다. 인구 7만의 소도시는 요즘 축구 광풍에 몸살을 겪고 있다. 공교롭게도 양 팀을 이끄는 사령탑의 고향이 같다. 광주 최만희(56) 감독과 사간도스 윤정환(39) 감독은 광주 축구를 대표하는 선후배 사이다. 두 감독과 전화통화를 통해 지상토크를 했다.


선배 최만희 감독


외국인 선수 잘 다루는 노하우 뭐야?


난 영건 뽑아 3∼5년 공들일 생각이야
마스터플랜? 광주만의 축구문화 심기



후배 윤정환 감독


부족한 살림, 선수들에게 동기부여
훈련땐 엄하게…모두 절 무서워 하죠



대표선수 계속 배출 광주 대단해요


○젊음과 열정으로


최만희(이하 최) : 요즘 잘 하더구나. 정말 장하다. 젊은 지도자로서 선전 원동력은 무언지 궁금하네. 우린 젊음의 패기와 열정인데.


윤정환(이하 윤) : 에이, 과찬이세요. 음, 저희는 잃어버릴 게 없잖아요. 부족한 살림살이도 모두가 알고 있고. 그게 동기부여가 됐죠. 뚜렷한 목표 의식도 컸죠.


최 : 지도자의 젊음도 큰 무기지. 안 그래?


윤 : 하하. 선수들과 좀 더 격차는 좁아지죠. 훈련장에선 정말 엄하게 해요. 집중력 갖고, 콤팩트하게. 장난기가 좀 줄어든다고 할까요? 광주를 처음 만드실 때 저도 지켜봤지만 창단 작업은 쉽지 않잖아요. 어떻게 이토록 빨리 안착시키셨나요?


최 : 난 나이가 있지만 선수들은 젊잖아. 미래지향적? 최대한 젊은 친구들로 시작했지. 한 3∼5년 정도를 봤어. 그럼 8위권 정도 유지하겠다 싶었지. 기반 다지는 시기를 내 임기(3년)기간으로 했고. 그래, 1부 첫 경험인데, 어디에 포인트를 뒀어?


윤 : J2에 머물며 1부 승격이란 큰 목표를 가졌어요. 목표 실현을 위해 뭐가 필요한지도 얘기했고. 프로의식을 심어주려고, 프로 선수로서 갖출 도리 등을 두루 나눴죠. 하다못해 훈련장 밖에서의 생활도요. 시행착오를 겪다보니 좋아지더라고요. 선생님은 선수들에게 어떤 걸 요구하세요?


○꿈을 위한 시행착오


최 : 우리 선수들이 많이 어리잖아. 막연하게 팀을 위해 희생하라고 주입하지 않아. 대신, 꿈을 꾸라고 해. 원대한 포부를 갖고,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자. 윤 선생은 외국인이잖아. 선수들 접근법이 있을 것 같아.


윤 : 일단 선수들이 절 무서워하죠. 하하. 그래도 운동장만 그래요. 진심을 갖고 다가서려고 하죠. 모두 프로니까 자유를 최대한 주되, 책임을 지도록 하죠. 술, 담배 다 허용해도 필드에서는 그런 티를 내지 말라고 해요. 흡연 선수들이 몇몇 있죠. 그래도 차라리 편하게 오픈 할 분위기를 만들어요. 대신 책임감은 확실히 갖도록 해요. 그렇다면 광주의 목표는 뭘까요? 궁극적인 팀 마스터플랜이요.


최 : 축구 문화를 심어주는 것. 축구 인프라를 끌어올리는 것. 자네도 봤겠지만 시미즈 S펄스도 인구 15만 도시에서 그렇게 성장했잖아. 사간도스도 그렇고. 도시 규모가 크든 작든 축구 문화 기반이 다져져 있으면 팀은 무난히 성장할 것으로 봤어. 당장 우승이 아닌, 안정적인 팀을 만들자고 목표를 세웠지.


윤 : 저희도 많이 좋아졌어요. 티켓 판매도 늘었고, 시(市) 차원의 지원도 늘었죠. 훈련장과 클럽하우스 건립도 올해 초 시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어떻게 지을지가 문제인데. 정말 기대가 커요. 광주도 아주 잘 풀리길 기대합니다.


○ 생존 넘어 미래를 향해!

최 :
그래, 우리도 잘 되겠지. 원룸 생활하는 우리 선수들을 보면 정말 안쓰럽고, 늘 미안해. 상대가 약할 때와 강할 때, 어떻게 대응해? 우리 모두 강호가 아니잖아.


윤 : 강한 상대를 만나면 스스로 정신무장을 하죠. 문제는 약하다 싶은 팀들과 만날 때가 그런데, 결국 선수들이 뛰잖아요. 말은 많아지죠. J리그는 모두 우리보다 강하니 그런 말도 많이 안 해도 되지만, 최대한 자신감 심어주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요. 강하면 겁도 많이 먹는데, 그것도 극복할 부분이죠. 그런 면에서 대표 선수들이 계속 나오는 광주가 부러워요.


최 : 우선은 개인 능력이 필요해. 무작정 무명 신화를 만들 수는 없잖아. 왜, 자질이 보이는 선수들이 있잖아. 아마 윤 선생도 그럴 듯한데? 광주에서 훈련을 시켜보면 유난히 볼을 가졌을 때 난이도 높은 플레이를 하는 친구들이 있어. 이미 일본 축구 전체가 사간도스를 지켜보고 있으니, 곧 배출될 거야. 할 수 있지?


윤 : 젊은 외국인, 그것도 한국인으로서 애로사항이 많죠. 심판 판정에서도 손해 보는 느낌도 있고. 그렇다고 어필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니죠. 다만 일본 정서에 맞도록 의견을 개진해요. 제가 J리그 감독들 중 최연소라고 하는데, 다행히 나이는 큰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자신 있어요. 선생님도 파이팅 하세요!

정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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