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윤호영이 9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11∼2012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수상한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오세근 신인상·강동희 감독상
“아빠 힘내세요. 지후(4)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지후가 있어요.”
수화기 너머로 아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무뚝뚝한 윤호영(28·동부)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아빠를 보기 위해 농구장으로 이동하던 아들이 그새를 못 참고 전화를 건 것이었다. 6일 원주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 6차전 때다. 윤호영은 관중석에서 아빠를 애타게 기다리던 아들 지후와 아내 이샛별 씨를 만났다. 이미 몸은 만신창이였지만 그는 “가족들 생각만 하면 힘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아빠는 아들의 손가락에 우승 반지를 끼워주진 못했다. 7차전까지 가면 막내 딸 지효도 경기장에서 함께 응원하기로 했던 약속도 물거품이 됐다. 30일 상무 입대를 앞둔 윤호영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9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2011∼2012 프로농구 시상식. 윤호영은 사흘 전의 아쉬움을 날렸다. 기자단 유효투표수 80표 중 51표의 압도적 지지였다. MVP(상금 1000만원)의 주인공으로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객석의 아내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윤호영은 “그때 아내에게 면목이 없었다. 하지만 또 가족 덕에 힘든 시기를 이겨낸 것 같다”고 회상했다. 꽃다발을 손에 든 가장은 객석의 가족을 응시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항상 같이 못 있어줘서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한편 ‘슈퍼루키’ 오세근(KGC)은 베스트5와 신인선수상을 거머쥐었다. 동부를 정규시즌 1위로 이끈 강동희 감독은 감독상으로 챔피언 결정전 패배의 아픔을 달랬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