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HP가 디지털 프레스 장비 신제품을 출시하고 디지털 프린팅의 새 역사를 이끌겠다고 공언했다.
한국 HP는 9일 여의도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HP 인디고 디지털 프레스’ 4종(5600, 7600, W7250, 10000)을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신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보다 약 33% 생산력을 증대시킨 ‘생산성 향상 모드(EPM)’다. HP는 오는 5월 전 세계 인쇄올림픽인 ‘드루파(Drupa) 2012’에서 제품을 공개하고 디지털 프린팅을 인쇄산업 주력 분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국 HP 김병수 상무는 “이번 신제품에는 역사를 창출할 수 있다는 HP의 자신감이 담겼다”고 밝혔다. 그동안 디지털 프린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쇄 시장에서는 비주류에 머물러 있었다.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의 시장이 상당히 두텁고, 디지털 프린팅의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이 좋지 않다는 선입견이 강했기 때문이다. 현재 인쇄 시장에서 디지털 프린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10% 정도. 김 상무도 “(기존 인쇄 시장이) 디지털 방식으로 확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일 뿐”이라고 속내를 내보였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남은 95%의 아날로그 방식 인쇄 시장은 곧 디지털 프린팅이 언젠가 점유해야 할 시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HP는 인디고 라인업을 통해 디지털 프린팅의 영역을 점차 확장해나가고 있다. 김 상무에 따르면 HP 인디고로 인쇄된 페이지 수는 2008년 약 9조에서 2012년 20조로 대폭 늘었다. 단순히 인디고가 많이 팔렸다는 것이 아니라, 인디고 소비자들이 꾸준히 출력량을 늘리며 시장 규모를 키워 왔다는 것. 이는 디지털 프린팅이 아날로그 인쇄 방식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김 상무는 “지난 4년간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디지털 프린팅은 꾸준히 성장했다”며 “더 심한 위기만 닥쳐오지 않는다면, 향후 4년간의 성장은 과거를 상회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디지털 프린팅, 차세대 성장 동력
디지털 프린팅은 필름 및 판 제작과 후처리 등 모든 공정을 디지털로 처리하는 인쇄 시스템을 말한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인 오프셋(offset) 프린팅은 모든 공정마다 일일이 사람의 손이 필요한 방식으로, 인쇄에 문제가 생기면 수정하기 번거롭고 다양한 소재에 적용하기도 어려웠다. 이를 마치 가정에서 쓰는 소형 프린터를 쓰듯 클릭 한 번으로 인쇄를 마치는 것이 바로 디지털 프린팅이다.
디지털 프린팅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인쇄물을 소규모로 찍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명세서, 초청장, 가족앨범 등 주문 맞춤형(POD) 인쇄물에 적합하다. 다품종 소규모 인쇄가 트렌드가 된 패션디자인 산업에서는 디지털 프린팅이 아날로그 인쇄 방식을 밀어낸지 오래다.
하지만 다소 낮은 품질이 단점으로 꼽힌다. 인쇄업자들 사이에서는 디지털 프린팅이 오프셋 프린팅만큼 섬세하게 색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평이 많다. 물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문제는 점차 극복되고 있지만, 품질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진 분야에서는 아직도 천덕꾸러기 신세다.
HP 역시 디지털 프린팅의 품질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품질에 민감하지 않은 일반적인 분야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3색(CMY) 잉크를 사용하는 생산성 향상 모드에서의 인쇄 품질은 사실 4색(CMYK) 잉크보다 뛰어나지는 않다”면서 “품질이 중요한 사진 분야에는 권장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출판 시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명 필름 인쇄도, 보안 인쇄도 OK
이날 현장에는 주력 모델인 인디고 5600이 전시됐다. 전 세계에서 2,400대 이상이 팔린 ‘인디고 5000’의 최신 모델이다. 전문 인쇄 장비답게 크기에서부터 사람을 압도했는데, 급지대만으로 웬만한 소비자용 프린터를 훌쩍 넘어설 정도였다.
한국 HP는 인디고 5600의 다양한 기능을 기자들 앞에서 시연했다.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니 백지는 물론이고 색깔이 있는 종이, 투명한 필름, 합성수지 등 다양한 소재에 인쇄가 가능했다. 멤버십 카드나 상품권을 제공하는 인쇄업체에도 적합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끈 기능은 보안 인쇄였다. 자외선 아래에서만 보이는 ‘UV 레드 잉크’를 사용하면 위조 방지가 필요한 보안 카드 등을 만들 때 유용하다. 평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자외선을 비추면 숨겨졌던 바코드나 QR코드 등이 붉은색으로 드러나는데, 이를 통해 진품과 위조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 단순히 출력 속도나 경제성 뿐 아니라, 이러한 다양한 부가 기능 역시 디지털 프린팅이 대세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 포털 내 배포되는 기사는 사진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온전한 기사는 IT동아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IT저널 - IT동아 바로가기(http://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