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하이킥3’ 박하선 “극 중 눈물의 반은 진짜”

입력 2012-04-14 1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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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하선.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죽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더 성숙해졌다? 아니, 투정이 생겼다.

지독한 고생을 갓 이겨낸 어린 여배우에게 지난 시련과 눈물은 아직 값진 경험이라기보다 인간적인 투정거리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의 히로인 박하선(25)은 미화도, 과장도 하지 않았다. 힘든 건 ‘힘들다’, 감사할 건 ‘감사하다’며 솔직하고, 건강하게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어리바리한 국어선생님 박하선은 그야말로 ‘헉헉’ 거리며 달려왔다. 하나의 에피소드 안에서 웃고 울며, 넘어지고 또 달렸다. 학생들을 위해 ‘미친소’ 분장을 하기도 하고, 새빨간 펑키머리와 가죽 재킷의 록 가수로, 스모키 화장의 블랙하선으로도 변신했다.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소화해야 할 분량은 점점 많아졌다. 하루에 잘 수 있는 시간은 겨우 한두 시간. 잠잘 시간, 대본 볼 시간을 위해 줄곧 끼니도 포기했다.

“힘들다는 소리를 못했어요. 덕분에 사랑 받고 있는데 배부른 소리잖아요. 힘든 티 안 내려고 정말 노력했는데 티 났을 거예요. 그러기 싫었는데….”

그의 눈길이 점점 바닥을 향한다. 현장에서 해맑게 웃지 못한 것이, 더 밝게 인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이내 “정말 후회 없이 열심히 하기는 했어요. 체력은 늘 0을 찍었지만, 저는 100으로 달렸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웃는다.

후회 없이 달린 그이기에 투정도 당당하고, 또 예뻤다.


▶ “파릇파릇한 백진희·김지원 때문에 바짝 긴장”

“파릇파릇한 건 용을 써도 어떻게 못 하잖아요? 하하하.”

이날 발랄한 미니스커트에 귀여운 액세서리를 하고 온 박하선은 충분히 파릇파릇했지만, 본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배우 박하선.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사실 저 캐스팅 되고 대학생 역할일 줄 알았어요! 선생님일 줄이야…. 속상했죠. 다른 배우들 교복 입는 게 부러워서 ‘감독님, 저도 교복 입고 싶어요~’ 조르니 나중에 스티커 사진 찍을 때 한번 입혀주시더라고요. 헤헤. 그런데 진희와 지원이 처음 봤을 때 정말 파릇파릇해서 긴장 많이 했어요. 여성스러움과 성숙함으로 승부하자 마음먹었죠.”

하지만 이 같은 마음가짐도 얼마 가지 못했다.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주변 사람들이 ‘너 이러다 ‘개그콘서트’ 진출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을 정도라고.

“주변에서 걱정하며 ‘원래 이미지가 단아해서 적당히 해도 웃기다’고 조언해줬어요. 그런데 적당히 해보니 안 웃기더라고요. ‘에이, 모르겠다’하고 막 망가졌죠. 다 망가지니 이제 오빠들도 저를 남동생 다루듯이 해요. 휴, 조금 속상하긴 하죠.”

그래도 여성스럽고 예쁜 그다. 하지만 극중 육회를 잔뜩 집어먹고는 배탈이 나서 배를 움켜쥐고 “못 참겠다” 소리를 꽥꽥 지를 때, 옆에 있던 윤지석(서지석)이 “화분에다 싸요! 신문지에다 싸요!”라고 외치며 이곳저곳을 누빌 때는 살짝 아슬아슬하기도 했다.

“그날 진짜 배가 아팠어요. 꾀병이라도 ‘아파, 아파’ 이러면 진짜로 아프잖아요. 당시 근처에 화장실도 없었고요. 난감했죠. 하하. 또 당시 촬영 스케줄도 힘겹게 돌아갈 때라 지석오빠 얼굴도 정말 저승사자 얼굴이었어요. 제가 ‘오빠, 죽더라도 하이킥 끝나고 죽어요!’라고 장난으로 외칠 정도였죠. 제작진도 3일 연속 밤새고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데, 그 와중에도 다들 너무 웃긴 거예요. 웃음 참느라 정말 토하는 줄 알았어요.”

박하선의 실감 넘치는 설명만 들어도 정말 ‘토하게’ 웃기다. 역시 제작진이 뽑은 명장면 1위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집에 가도 윤 선생님 생각이 나서…”

박하선이 윤지석(서지석)과 나눈 사랑은 풋풋하고도 애절했다. 두 사람은 매일 함께 촬영하고, 극중에서 애틋한 연인 호흡을 맞추니 실제로도 정이 들 법도 하다. 일명 ‘지하커플’(윤지석-박하선 커플)을 응원하는 팬들은 두 사람이 현실에서도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현하고 있다.

“저도 예전에 드라마 속 연인에서 실제 연인으로 이루어진 커플들을 보면 부러웠어요. 우리는 차마 이뤄 드릴 수는 없어서 죄송할 따름이에요. 하하. 사실 연기하면서 기분은 좋았어요.”

박하선은 서지석과 한창 물오른 멜로 연기를 할 때는 집에 가서도 줄곧 윤 선생님이 생각났다고 털어놓았다.

“지석 오빠가 멜로 연기를 많이 해서인지, 실제 연애를 많이 해서인지(웃음) 멜로를 정말 잘해요. 컷 들어가면 눈빛이 확 바뀌어서 저도 모르게 설렜죠. 그땐 정말 집에 가도 윤 선생님이 막 생각나는 거예요. 그래도 절대 지석 오빠에게 연락 안 했어요. ‘우리 윤 선생님 출장 가셨어’ 혼자 이렇게 세뇌시켰어요.”

실제로는 미운 정, 고운 정 다든 친오빠-동생 같은 사이여서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았을 터.

“키스신 할 때 NG 나면 서로 ‘(이 악물고)빨리 해. 졸려. 들어가서 자야해’라고 얘기하다가 컷 들어가면 (천사 같은 표정으로)‘아이~ 사랑스럽다’ 했어요. 후반에는 정말 힘들어서 서로 잘 못 챙겨줬죠. 투정부려도 안 받아주고. 쫑파티 때 다 털어놨어요. 둘 다 ‘사실 서로 미웠다’고요.”(웃음)


▶황정음 언니의 “죽을 것 같죠?”라는 말에 울컥

“보통 집이나 차, 분장실에서 우는데, 현장에서 이렇게 컨트롤이 안 된 건 처음이에요.”

그를 제일 힘들 게 했던 건 바로 잠. 박하선은 평소 12시간씩도 자던 ‘잠보’였다고.

“하루 한두 시간 자고, 3일 밤새고 이런 게 처음이라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다들 부담 갖지 말라고 하시는데 부담 안 가질 수가 없었어요. 일주일에 두세 에피소드를 책임졌는데 나중에는 네 개까지 책임졌으니까. 힘든 걸 내색하면 안 되는데 체력이 안 되니까 자꾸 화나고 짜증 나고. 연기 잘하고 싶은데 대본 외울 시간도 없어서 자꾸 NG를 내고요.”

체력 보충을 위해 홍삼도 먹고 링거액, 비타민도 맞아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그래도 최선은 항상 다했어요. 연말 때부터 체력이 늘 0을 찍었지만, 정말 정신없이 달렸죠. 아, 한번은 ‘지붕 뚫고 하이킥’ 황정음 언니가 카메오로 출연했었어요. 언니는 정말 공감하더라고요. ‘어때요?’ 물어서 ‘네?’ 되물으니, ‘죽을 것 같죠?’ 묻는 거예요. 정말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네!’ 얼른 대답했죠. 자기는 정말 죽는 줄만 알았대요. 대본 볼 시간도, 잠잘 시간도 없어서 방송국에서 혼자 엉엉 울면서 대본 봤대요. 저처럼요.”

박하선은 똑같은 경험을 한 황정음의 말 한마디에 큰 위로를 얻은 듯했다. 그밖에도 선배들과 감독의 따뜻한 조언들도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윤유선 언니도 정말 잘 해주셨어요. 선배님이라기보다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편하게 대해주시고, 제가 화장실에서 울 때 옆 칸에 ‘짠’ 나타나셔서는 ‘하선아! 너 우니?’ 달래주시고요. 감독님도 힘나는 말들 많이 해주셨어요. ‘너 때문에 버티고, 너 때문에 좋다’고요. 정말 감사했어요.”

힘든 촬영 덕분에 극중 우는 신들은 박하선의 진짜 눈물이었다. 되돌아 생각해보니 그의 눈물이 정말 서러워 보이기는 했다.

“저 정말 서러워 보였죠? 제가 진짜로 서럽고 억울하고, 힘들어서 나온 눈물이 50%에요. 다행히 우는 신들이 꽤 있어서 울 기회가 많았죠. 표정이 너무 일그러져서 제가 보고도 놀라긴 했지만요.” (웃음)

하지만 그는 작품이 끝나고 다른 배우들의 인터뷰를 보며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하지원 언니나 광수 오빠 인터뷰, 이준기 씨 인터뷰 보니 다들 하루에 한 시간씩 자면서도 버티셨더라고요. 그러면서도 즐거워 보이려 노력하고요. 내가 힘들어하면 다들 힘들다는 걸아니까요.”

그가 남들보다 체력이 약한 건 아니다. 박하선의 평소 취미는 클라이밍과 야구. 230cm의 작고 고운 발에 비해 손은 꽤 크고 거친 듯이 보였다.

“제 손보고 다들 남자 손 같대요. 클라이밍을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 평소 운동하는 것 좋아해요. 야구도 스트레스 풀기 위해 자주 가요. 웬만한 남자보다 잘 쳐요. 나중에 시구 말고 시타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하하.”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다가도 좋아하는 운동 이야기가 나오니 바로 화색이 돈다. 영락없는 20대 쾌활한 숙녀답다.


▶ “다음엔 20대와 연인 호흡 맞추고 싶어…박유천 오빠?”

“더 나이 들기 전에 풋풋한 멜로 영화 한편 찍고 싶어요.”

박하선은 올해 말쯤 영화로 다시 대중 앞에 서고 싶다는 계획을 알렸다.

배우 박하선.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지금은 드라마보다 영화를 찍고 싶어요. 광수오빠가 매일 TV로 보니까 ‘그만 좀 나와. 지겨워’ 장난으로 그러던데요?(웃음) 장르, 역할 가리지는 않는데, ‘하이킥3’에서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건축학개론’ 같은 청춘 멜로 찍고 싶어요. 사극도 멜로 사극 해보고 싶어요.”

멜로를 강조하니, 누구와 연인 호흡을 맞추고 싶은지 궁금해졌다.

“음,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이번에 30대 서지석 오빠랑 호흡 맞춰봤으니, 다음에는 20대 남자배우와 하고 싶어요. 요즘에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더킹 투하츠’ 등등 다 봐요. 아이돌도 연기 다 잘하시더라고요. 특히 박유천 오빠? 정말 잘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배우 박하선의 바람은 소박하지만 뚜렷하다. 바로 성실한 배우가 되는 것.

“정말 성실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역할을 끝냈을 때 가장 보람이 느껴지는 말은 ‘예쁘다’보다 ‘네가 아니면 누가 했을까’라는 말이에요. 이번에도 ‘박 선생님 역할 박하선 아니면 누가 저렇게 했을까’라는 댓글 보면 정말 기분 좋아요. 대체할 수 없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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