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톰 행크스가 탁구실력 묻자…“한국배우는 닥치면 다 하거든!”

입력 2012-04-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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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한국 스크린으로 돌아와 영화 ‘코리아’를 내놓은 배두나. 북한 탁구선수 리분희 역을 단단하고 심지 굳은 인물로 완성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6년 만에 한국 스크린으로 돌아와 영화 ‘코리아’를 내놓은 배두나. 북한 탁구선수 리분희 역을 단단하고 심지 굳은 인물로 완성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배두나, 영화 ‘코리아’서 리분희 선수 완벽 변신

초등학생때 오른손 탁구선수로 활약
영화 땐 왼손으로…“양손 가능해요”
“북한말 처음…대사 한마디에도 신경”


한 번도 “내가 지겹다”고 말하는 배우를 본 적이 없다. 그것도 여배우의 입에서 나온 말로는 ‘충격’에 가깝다.

배우 배두나(33)는 그렇게 말했다. “만날 억누르는 연기를 한다”는 게 이유다. “더 포악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배두나는 “돌이켜보면 스스로 원해서 얻은 작품과 역할보다 운이 좋아 찾아온 게 많았다”고도 했다.

2006년 ‘괴물’로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운 여배우, 3년 전 일본영화 ‘공기인형’으로 일본 아카데미 영화상 여우주연상을 휩쓴 실력파. 지난해 워쇼스키 형제 감독의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할리우드에까지 진출한 배두나가 6년 만에 한국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탁구로 이룬 휴머니즘을 그린 ‘코리아’(감독 문현성·제작 더타워픽쳐스)를 통해서다.

배두나는 “시나리오에 설득당했고 이제는 관객을 설득할 차례”라고 했다. 배두나는 “어릴 땐 오른손으로 탁구를 쳤는데 영화에선 왼손잡이 선수였다”며 “예능 프로그램에서 양손으로 탁구를 치는 진기명기도 가능하다”며 활짝 웃었다.


● “너무 수령님 사모님 말투 같잖아”

배두나가 ‘코리아’의 시나리오를 받은 건 지난해 3월 초. 쾌재를 불렀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 탁구선수였어요. 사실 탁구영화 정말 기다렸어요. 탁구라서 호감도 50%, 또 리분희 역할이 나머지 50%를 채워줬어요. 그런데 왼손으로 치는 탁구래. ‘동네 탁구’도 아니고 이건 세계 랭킹 1∼2위 선수들의 경기인데. 연습과 간절한 마음이 있으니 결국 되더라고요. 하하!”

‘코리아’는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남북한 단일팀의 우승 실화를 그렸다. 당시 남측의 현정화, 북측의 리분희가 단일팀을 이뤄 ‘철옹성’ 중국을 넘었다. 배두나는 말수 적고 심지 굳은 리분희 역을 맡아 단단한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꽉 채운다. 북한말 연기도 능수능란하다.

“부산 사투리부터 영어, 일본어 대사를 해봤는데 대사에만 집중하면 흉내내는 수준에서 끝나요. ‘수령님의 사모님 말투 같다’는 지적도 받았지만 부담을 떨치니 어렵지 않았죠.”

‘고집’은 배두나가 지닌 이면이다. ‘코리아’를 찍을 때 감독의 끈질긴 주문에도 끝내 입에 담지 않은 대사는 “파이팅”이었다. 남북한을 이어주는 상징으로 등장한 이 대사를 배두나가 끝내 거부한 이유는 “북한 사람은 영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 외국 배우들도 놀란 한국 배우들의 ‘근성’

배두나는 최근 4∼5년 동안 세계를 누볐다. 2005년 일본영화 ‘린다린다린다’ 출연이 시작이었다. 당시 촬영 경험을 “컬처 쇼크”라고 표현한 배두나는 혼자 촬영장을 다닌 이유, 그 속에서 겪은 문화 차이를 여러 에피소드로 소개했다.

“‘린다’를 찍을 때 유명한 배우들이 혼자 지하철을 타고 촬영장에 왔어요. 700엔 짜리 영수증까지 챙겨 회사에 내고. 처음엔 충격이었고 나중엔 정말 괜찮아 보이는 거예요. ‘공기인형’에 나온 오다기리 죠는 톱스타라서 택시 타고 혼자 오더라고요. 하하!”

이런 경험이 쌓이며 배두나는 “우리에겐 거품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서양도 일본과 비슷할 거야”란 추측에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촬영장인 독일 베를린으로 홀로 떠났다.

“영어 통역을 일부러 두지 않았어요. 영어? 잘 못하죠. 통역이 없어야 더 치열해질 수 있어요. (내)편이 있으면 안주해요. 한국에서도 매니저는 되도록 멀리 두죠.”

배두나는 할리우드 영화를 찍으면서 새삼 한국 배우들의 근성을 생각하게 됐다고도 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함께 출연한 배우 톰 행크스 등과 나눈 대화 한 토막.


톰 행크스(이하 톰): “한국에선 주인공 오디션이 없다며?”


배두나(이하 배): “응. 나도 13년 만에 오디션(클라우드 아틀라스)을 본 거야.”


톰: “탁구영화인데 배우가 탁구를 못 치면 어떡해?”


배: “한국 배우들은 그럴 리 없어. 닥치면 다 하거든.”

배두나는 “한국 배우의 근성을 인정하는 건 외국 배우들”이라고 했다. 톱스타들도 오디션을 거쳐야 하는 할리우드 시스템과 한국은 다른 환경이지만 연기 말고도 다른 전문적·물리적 기술이 필요한 어떤 역할이든 소화한다는 설명이다.

‘코리아’가 5월3일 개봉하고 나면 배두나는 다시 ‘클라우드 아틀라스’ 후반작업에 참여한다. 개봉은 연말이나 내년 초. 배두나는 “해외 진출을 원한 게 아닌데 정말 운이 좋아 기회가 왔다”며 “운은 타고난 것 같다”며 웃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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