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TALK!베이스볼] “전임 감독·코치들 때문에” 툭하면 남탓

입력 2012-05-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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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야구장을 찾는 팬들의 발걸음이 부쩍 더 늘었어요. 야구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어린이날’이 낀 지난 주말에는 전국 4개 구장에서 그야말로 ‘표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라이벌 두산-LG가 맞붙은 잠실은 주말 3연전이 모두 만원사례를 이루기도 했고요. 그라운드 뒷얘기를 전해드리는 ‘톡톡 베이스볼’, 지난 주말 잠실에서 벌어진 훈훈한 얘기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


LG 김기태 감독의 두산 김현수 챙기기

LG와 두산은 라이벌이에요. 서로 지지 않으려고 으르렁거리죠. 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함께 고생하는 동업자에요. LG 김기태 감독도 4일 경기에서 귀루하다 새끼손가락을 다친 두산 김현수를 덕아웃으로 불러 상태를 체크했어요. “많이 부었네”라며 근심어린 표정을 짓더니 “우리 (김)현수는 꾀병 안 부린다. 지금처럼 정직하고, 열심히 하라”고 어깨를 두드리며 힘을 줬어요. “최고의 선수”라는 칭찬도 빼놓지 않았어요. 김현수가 “네!”라며 씩씩하게 대답하고 돌아서자 “좋은 선수야. 좋은 선수”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뿐만 아니에요. 김 감독은 김현수를 향해 “올림픽 정신을 잊지 말자”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어요. “그때의 마음을 잊은 애들이 몇 명 있더라”는 뼈있는 한마디도 남겼고요. 초심을 잃은 몇몇 선수들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 팀의 사령탑을 떠나 야구선배로서 보기에 씁쓸한 일이었나 봐요.


“전임감독 때문에…전임 코치들 때문에…”

팀 성적이 신통치 않은 모 감독이 요즘 들어 걸핏하면 전임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탓하고 있어요. 야구계에선 대인배로 유명한 감독이라 주위에서 더 놀라고요. 부상도 많고 팀이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것은 굳이 본인이 얘기하지 않아도 주위에서 다 알아요. 이름이나 ‘감독’이라는 직함을 꼭 거론하지는 않지만 “4강에 집착해서 무리하게 투수를 쓴 것 같다”부터 “여러 가지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하네요. 재미있는 사실은 전임 감독은 다른 것은 몰라도 투수 보호에 있어선 국내에서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철저했다는 점이에요. 오히려 팀 내부에선 “중요한 순간 너무 아꼈다”, “당겨 쓸 때는 과감히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말이 있던 사령탑이에요. 감독이라는 자리는 일단 모든 책임을 자기가 1차적으로 짊어져야 해요. 물론 답답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야구를 떠나 그 어떤 리더도 전임자를 탓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은 결코 좋지 않아요. 가만히 있으면 지는 날에도 태양처럼 빛이 날 것을….


신본기는 문규현 아바타? 카톡으로 코칭

롯데 유격수 문규현은 4월 28일 사직 LG전에서 수비를 하다 무릎을 다쳤어요. 다행히 빠른 회복세를 보여 1군 복귀가 임박한 상황인데요. 그래도 공백기가 불가피했죠. 하지만 신인 내야수인 신본기가 수비에서 문규현의 빈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어요. 여기에는 문규현의 ‘카카오톡’ 코칭도 한몫 했는데요. “잘못하면 가만 안두겠다”는 호통부터 “잘하고 있다”는 칭찬까지 후배를 챙기고 있어요. 어쩌면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데, 후배의 선전을 기원하는 문규현의 자세에서 왜 롯데가 잘 나가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만수 “날 안아주던 안치용 없어지니 섭섭하네”

지난 주초 SK의 광주 3연전 때 벌어진 일이에요. 최근 타격부진을 겪고 있던 안치용은 덕 아웃에서 동료들과 자책성 수다를 떨고 있었어요. 그러더니 이만수 감독을 힐끔 봤습니다. “한번 안아 드리고 올게.” 터벅터벅 이 감독 앞으로 걸어간 안치용은 이 감독을 덥석 안았습니다. 미안함에 대한 표시였을까요? SK가 4연패에 빠져있을 때였습니다. 안치용이 “감독님은 좀 어떠세요?”라고 물어봤어요. 취재진이 “그냥 뭐 괜찮으신 것 같다”고 안심시켰지만, 그는 “속은 안 그러실 거예요”라고 받아쳤어요. 주변은 ‘빵’ 터졌어요. 선수 때 오버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이 감독조차 “나도 방망이가 안 맞을 때면 위축되곤 했다”고 말했죠. 하지만 안치용은 달랐죠. 적극적인 자기표현은 야구가 잘될 때나, 안될 때나 변함이 없네요. 이 감독은 이런 안치용을 보며 흐뭇해해요. 하지만 워낙 방망이가 안 맞으니 결국 7일 안치용의 2군행을 결정했습니다. “부담감도 좀 떨치고, 지난시즌 잘 맞을 때의 폼으로 좀 바꿔서 오라고 보내는 것인데…. 나를 안아주고 나에게 장난도 잘 치던 (안)치용이가 없어지니 좀 섭섭하다.” 홈런 직후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손바닥을 내미는 코치에게 가위를 내미는 장난꾸러기. 이 감독은 안치용이 빨리 슬럼프에서 벗어나 톡톡 튀는 4차원 세리머니를 남발(?)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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