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는 마운드에 다시는 오르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러나 땀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9일 대전 한화전에서 5년 만에 승리투수가 된 KIA 김진우가 4회말 1사 만루 위기를 연속 삼진으로 막은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대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6.1이닝 7K 쾌투…올시즌 한화전 첫승
2006년 9월 27일 이후 첫 퀄리티스타트
7억팔 유창식과 맞대결서 완벽한 승리
1791일이 필요했다. 너무 오래 걸렸고,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 그러나 기어이 목적지에 도착하고야 말았다. 야구밖에 몰랐던, 그리고 야구밖에 잘하는 게 없었던 덩치 큰 청년. 그가 ‘승리’의 짜릿함을 맛봤던 그 시절. 2007년 6월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마지막 승리를 따냈던 KIA 김진우는 2012년 5월 9일 대전 한화전에서 다시 승리투수가 됐다.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1791일 전
1791일 전 대구구장 마운드에 선 김진우는 6.2이닝 7탈삼진 4실점으로 그해의 첫 번째 승리를 따냈다. 그때는 다음 승리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예상하지 못했을 터. 한 달 후인 7월 6일 수원 현대전에서 2.2이닝 3실점으로 물러났고, 이틀 후 1군 등록이 말소됐다. 음주와 폭행에 무단이탈이 원인이라고 했다. 그리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김진우의 연도별 기록은 깨끗이 비어 있다. 타의가 아닌 자의로 빈 칸을 만들었다. 그라운드가 그리워질 때마다 다시 공을 잡았지만, 의지가 유혹을 넘지 못했다. 결국 다시 마음을 잡기까지, 그리고 얼어붙은 팬들과 구단의 마음을 녹이기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6월 18일, 1442일 만에 어렵게 다시 오른 광주구장 마운드에서 김진우는 “가슴 속에 뜨거운 게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1791일 후
시즌 4번째 도전이었다. 2012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당당하게 진입했지만, 앞선 3번의 등판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래서 더 독기를 품었다. 상대는 올 시즌 한번도 이기지 못한 한화. 1회부터 이를 악물고 공을 뿌렸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1km를 찍었다. 2회에는 타자들이 한꺼번에 5점을 얻으면서 어깨까지 가볍게 해줬다. 3회 2사 1·3루, 4회 1사 만루 위기를 모두 삼진으로 벗어났다. 6.1이닝 5안타 1홈런 3볼넷 7탈삼진 1실점. 퀄리티스타트는 2006년 9월 27일 광주 한화전 이후 처음이었다.
김진우가 마운드에서 내려가자 KIA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낌없이 환호했다. 그리고 진심 어린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잠시 중단됐던 그의 야구 이야기는 그라운드로 돌아온 순간 다시 씌어질 채비를 마쳤다. 그리고 이제 첫 이야기가 막 시작됐다.
“승리한 후 온통 아버지·어머니 그리고 여친생각”
○KIA 김진우=승리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안 나오더라. 너무 기뻐서 그런가보다. 내가 이겨서 좋다기보다 팀이 1승을 보태 더 기분이 좋다. 선발로 나오면서 승리투수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운도 따라줘야 하니 그 욕심보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자고 마음먹었다. 감독님 기대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승리한 후 아버지와 하늘에 계신 어머니, 그리고 여자친구 생각이 온통 머리에 가득 찼다. 앞으로 부상 없이 오늘처럼 꾸준히 던져서 예전 모습만큼은 아닐지라도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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