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S 정책만 바뀌면 뭐하나? 외주인데

입력 2012-05-10 16: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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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말이 많던 애플의 A/S 정책이 바뀌었다.

2012년 5월 9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애플 소형 제품의 A/S 기준을 소비자에게 한층 유리하게 바꿨다고 밝혔다. 기존 애플의 A/S 정책은 보증기간(제품마다 다르다. 보통 1년~2년 수준)내에 고장나면 무상으로 수리해주거나, 신제품 또는 리퍼비시제품(공장에서 재생된제품, 이하 리퍼)으로 교환을 해줬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환불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애플은대부분의 A/S를 리퍼 제품 교환으로 진행해왔다. 때문에 사용자들은 구매한지 채 한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거의 새 것과 다름없는) 제품이 고장나도 리퍼 제품만을 받아야 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기존 애플의 A/S 정책은 구매한 제품이 고장 났을 경우, 2주 내에는 ‘구매처’에서 신제품으로 교환해줬다. 그리고, 2주가 지난 후에는 A/S 센터에서 리퍼 제품으로 교환(아이팟, 아이패드)해주거나 수리(맥북)해줬다. 이 가운데 사용자가 새 제품을 얼마 쓰지도 못하고 리퍼 제품으로 교환 받아야 한다는 것이 국내 정서에 어울리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애플에게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했고, 지난해 10월 아이폰에 한정해 A/S 기준을 국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올해 4월 1일 아이패드, 아이팟, 맥북(아이맥 제외)의 A/S 기준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걸맞게 한층 강화됐다.

바뀐 기준에 따르면, 애플의 휴대용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A/S 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구매 후 최장 1개월까지 신제품으로 교환 받거나 환불 받을 수 있다. 또한 이후에도 고장 나거나, 고장에 애플의 책임이 있는 경우 신제품으로 교환 받거나, 환불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이 같은 정책 변경이 리퍼 교환을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다. 제품을 구입하고 한달이 지나면 리퍼 제품으로 교환해 주는 A/S 정책은 변함없다.

정책 변경으로는 부족하다, 직영 A/S 센터가 필요한 시점

다만,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애플의 A/S 정책이 바뀌기는 했지만, A/S의 수준이 국내업체와 비슷해진 것은 아니다. 국내에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A/S 센터는 현재 하나도 없다. 직영 A/S 센터가 없을 경우 가장 큰 문제는 A/S 규정에 없는 고장이 발생했을 때다. 이럴 경우 직영 A/S 센터가 아니라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 단지 규정대로 A/S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의 애플 A/S 센터는 여러 외주업체가 별도로 운영하는 구조다. A/S를 담당하는 직원은 애플의 직원이 아닌 외주 A/S 업체의 직원이다. 때문에 권한이 작을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의 A/S 담당자도 어느 정도 임의로 판단할 수 있다. 보증기간이 끝나거나 (보증기간이 남아있더라도) 소비자의 과실로 A/S를 받는 경우에는 임의로 판단해도 문제가 없다. 이 때 발생하는 A/S 비용을 소비자가 지불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증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다. 이 때 A/S 담당자가 제품에 고장났다고 판단해 A/S를 접수 받더라도 애플에서 무상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 이럴 경우, A/S 담당자는 소비자에게 애플에서 무상수리를 거부해 A/S 비용이 발생했다고 알려야 한다. 소비자의 반응은 보지 않아도 훤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A/S 담당자가 비용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외주 A/S 업체는 임의로 판단하는 것을 되도록 꺼리게 되고, 결국 규정대로 움직이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규정에 없는 고장이 발생하면 외주 A/S 담당자는 소비자에게 애플 고객센터로 전화하라는 뻔한 답변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힘들여 제품을 들고 A/S를 받으러 갔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센터로 전화해 다시금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 촌극도 이런 촌극이 없다. 참고로 고객센터는 애플 직영이기 때문에 임의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외주업체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전화통화만으로 제품의 하자를 얼마나 잘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많은 관계자들이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A/S 센터가 국내에 들어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고장이 발생하건 간에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직영 A/S 센터가 절실하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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