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빅뱅] 프린터, 나 아직 안죽었거든!

입력 2012-05-11 11: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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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명세서가 지로용지를 밀어내고 전자문서가 서류철을 대체하는 시대다. 소위 ‘종이 없는 사무실’이 도래하면서 프린터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일부 성급한 사람들은 “프린터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사무실, 집, 길거리 모든 곳에서 인쇄물이 완전히 사라져도 큰 문제가 없을까?

HP는 미국, 인도, 싱가포르의 마을에서 이틀간 인쇄물을 없애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예상보다 더 큰 불편을 호소했다. 인쇄물의 범위가 책자나 문서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길거리의 표지판, 상품에 붙어있는 라벨, 벽지의 무늬도 모두 인쇄물에 속한다. 인쇄물이 없어지면, 우리가 익숙히 여겼던 상당수도 함께 사라져버린다.

10년 넘게 같은 길로 출퇴근하던 인도 참가자는 길거리의 표지판이 없어지자 강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그는 “매일 같은 표지판을 보면서 오늘도 어제와 같은 하루가 될 것이라는 안도감을 느껴왔다”라며, “인쇄물이 없는 세상은 더 이상 편안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또 같은 향수를 고집하는 싱가포르 참가자에게 라벨을 뗀 향수를 줬더니 “평소 쓰던 것과 다르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쇄물이 없어지자 사물에 대한 판단력도 흐려지게 된 것. 마찬가지로 매일 먹던 우유에서 라벨을 제거했더니 우유의 맛을 다르게 느낀 참가자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인쇄물이 없으니 눈이 먼 것과 같다”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인쇄물이 디지털보다 우월하다는 말은 아니다. 반대로 이틀 동안 인터넷과 PC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 역시 앞 상황 못지 않게 답답함을 호소하는 참가자가 속출할 것이다. 즉, 인쇄물과 디지털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가령, 스마트폰으로 일정을 관리할 때 달력이나 다이어리를 병행 사용하거나, 중요한 문서를 보관할 때 전자문서 원본과 함께 종이문서를 여벌로 준비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인쇄물의 장점은 단순히 ‘책장을 넘길 때의 손맛’이나 ‘앨범에 꽂아둔 추억 어린 사진’ 같은 아날로그 감성만은 아니다. 인쇄물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는 곳은 아직도 많다. 프린터의 시대는 끝났다고? 아니다. 프린터의 전성시대는 바로 지금이다.

글 / (중국 상해)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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