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TALK!베이스볼] 회장님이 뜨면 선수들 “아, 피곤해”

입력 2012-05-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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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승연 회장.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프로야구가 대세이긴 대세인 모양입니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요. 연일 ‘표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요. 또 각 그룹 총수를 비롯해 실세들까지 줄줄이 야구장을 찾고 있습니다. 그라운드 뒷얘기를 전해드리는 ‘톡톡(Talk Talk) 베이스볼’은 야구장에 행차하시는 그룹 총수님들 얘기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


밤늦게까지 구장서 특별이벤트


○총수님들, 프로야구는 배려의 스포츠예요

최근 야구장에 그룹 총수들의 방문이 잦아지고 있어요. 16일 잠실 한화-두산전에 한화 김승연 회장이 방문해 화제를 모았고,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은 11일 잠실 LG전과 20일 목동 넥센전을 잇달아 관람해 이목을 집중시켰죠. 평소 베어스 팬임을 자처하는 두산 박용만 회장도 VIP룸이 아닌 일반 팬들과 관중석에서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고요. 쉽게 볼 수 없었던 그룹 오너들의 행보는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순수하게 야구를 즐기는 모습이 친근감을 자아내고요. 하지만 세상에는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어요. 16일 잠실 한화-두산전만 해도 그래요. 이날 한화는 김승연 회장 앞에서 이준수의 깜짝 활약에 힘입어 전날 대량실책으로 자멸하면서 당한 역전패를 설욕했어요. 잔뜩 고무된 김 회장은 경기 후 직접 덕아웃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고요.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시간’이었죠. 원정구장에서, 그것도 패한 상대팀 앞에서 한번 시작된 김 회장의 ‘특별 이벤트’는 좀처럼 끝날 줄 몰랐어요. 구장 소등시간이 이미 지났지만 계속된 세리머니에 불을 끌 타이밍을 잡지 못할 정도였어요. 이뿐만 아니에요. ‘회장님이 뜬다’는 소식에 경기 전부터 잠실구장은 VIP룸 청소 등으로 한참이나 분주했습니다. 홈런을 쳐도 상대팀을 배려해 세리머니는 최대한 자제하는 게 프로야구예요. 그리고 홈구장에도 한번쯤은 들리는 정성, 지방의 홈팬들에 대한 배려도 기대해봅니다.


‘홍성흔 아바타’ 박준서의 청출어람


○홍성흔 슬럼프 탈출은 박준서 덕?

롯데 박준서의 타격 롤모델은 홍성흔입니다. 타격 타이밍을 잡기 위한 홍성흔의 사전 동작 같은 것을 모방해왔기 때문이죠. 프로 12년차 중견임에도 홍성흔 따라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박준서가 1군에 올라온 뒤 롯데의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18일 KIA전 3안타에 이어 19일에는 선제 결승 홈런까지 터뜨렸죠. 1689일, 약 5년 만에 나온 홈런이었습니다. 박준서가 조성환의 부상공백을 잘 메워준 덕에 롯데는 20일에도 승리했어요. 재미있는 것은 20일 슬럼프로 고생했던 홍성흔도 4안타로 덩달아 살아난 것인데요. 아바타(?)라 할 박준서의 타격폼을 유심히 살펴본 것이 도움이 됐다는 후문입니다. 실제 박준서는 19일 홈런을 친 뒤 홍성흔에게 “이렇게 쳐요”라고 ‘훈수’를 했다니 이를 두고 청출어람이라 할 수 있겠네요.


김태균 “근우아, 그걸 잡냐”


○정근우 “(김)태균아, 막판에는 도와줄게”

SK 정근우와 한화 김태균은 1982년생 동갑내기에 2000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을 함께 이끈 친구 사이입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종종 한솥밥을 먹었죠. 그런 정근우가 19일 대전 한화전이 끝난 뒤 김태균에게 전화로 한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김태균이 다짜고짜 “야, 그걸 잡냐?”며 볼멘소리를 했다는 건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정근우가 19일 경기 3회말 2사 1·2루서 김태균의 우전적시타성 타구를 그림 같은 수비로 잡아냈거든요. 분명히 공이 외야 잔디까지 튀어 나가는 걸 목격했는데, 어디선가 나타나 타구를 낚아챈 뒤 1루에서 김태균을 아웃시켰습니다. 할 타율에 도전하는 4번타자 김태균에게는 안타도, 타점도, 팀 승리도 모두 아까울 수밖에 없었던 장면이에요. 하지만 정근우도 내심 미안했나봅니다. 지금은 시즌 초반이라 안 되지만 나중에는 기회가 되면 친구를 밀어줄 의향도 있다고 털어놨으니까요. 물론 조건은 있지요. “만약 시즌 끝까지 태균이가 타율 0.399를 기록하고 있고, 우리 팀 순위에 관계가 없는 경기라면 그때는 안 잡을 수 있다”는 거죠.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우리가 누구?


○김기태 감독과 ‘용감한 녀석들’

지난 주중 문학 SK전 때 일이에요. LG 김기태 감독과 취재진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어디선가 전화벨이 울렸어요. 요즘 잘 나가는 ‘용감한 녀석들’의 ‘기다려 그리고 준비해’라는 곡이었어요. ‘개그콘서트’에서 한창 잘 나가는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살기로∼’라는 곡 있잖아요? 휴대폰 주인이 누굴까, 궁금하던 차에 김 감독이 쑥스러운 듯 슬쩍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어요.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이 참 용감한 녀석들이다. 그래서 일부러 이 노래로 벨소리를 바꿨다”고 설명했어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기대이상 성적을 내주고 있는 LG 선수들이 진정한 ‘용감한 녀석들’이란 말이었죠. 김 감독의 말처럼, LG는 ‘포기 대신 죽기살기’로 지난주 5승1패를 거두며 선두권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겼어요.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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