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릭스 이대호는 단순히 ‘좋은 타자’가 아닌 ‘훌륭한 타자’였다. 조범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이 일본리그에서 뛰고 있는 국가대표 4번타자 이대호와 만나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일본 진출 후 첫 2연속경기홈런…화끈한 5월, 그에게 무슨일이
조범현, 이대호를 만나보니…
불리한 스트라이크존 극복 ‘정확한 눈’
집중견제 뚫고 오릭스 타선 만점 리드
젊은 선수들에겐 든든한 멘토역할까지
그는 좋은 선수 이상의 훌륭한 선수였다
이대호(오릭스)는 19일 야쿠르트와의 인터리그 1차전에서 9회 역전 2점홈런, 11회 결승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20일 2차전에선 9회 쐐기 2점포(시즌 7호)까지 터뜨렸다. 일본 진출 후 처음 2연속경기홈런을 때렸고, 이대호의 결정적 활약 덕분에 오릭스는 모처럼 연승을 신고할 수 있었다. 오릭스는 앞서 요미우리와의 교류전 첫 시리즈에서 2연패를 당하는 등 최근 6연패에 빠졌던 터였다.
20일 도쿄 시내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한 이대호는 “이제 내 스윙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부담감에 욕심을 부려 스윙이 커졌지만 지금은 잘 적응하고 있다”며 “에이스급 몇 명 외에는 크게 어렵지 않다. 일본 투수들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일본 야구는 외국인 선수들, 특히 한국 타자들에게는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적용한다. 일본 배터리는 상대 주요 타자에게는 볼넷을 내줄지언정 결코 좋은 볼을 주지 않는다. 더욱이 오릭스는 T-오카다 등 주축 타자들의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용병 신분인 이대호는 더 큰 부담감 속에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대호가 시즌 초반 어려움을 딛고 이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영리한 이대호는 스트라이크존의 경우 “좌우보다는 위아래 편차가 커 여기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고 정확히 진단하고 있었다.
오릭스 타선은 이대호 혼자 이끌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이대호는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용병은 자기 성적에만 신경 쓰기 마련이지만 직접 곁에서 지켜본 이대호는 이미 용병이 아닌 ‘오릭스 선수’였다.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고, 벤치에서도 오릭스 젊은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하는 등 팀의 고참선수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었다.

“류현진(한화)이나 윤석민(KIA)은 일본에 와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말한 이대호는 11년간 몸 담았던 롯데 시절을 떠올리며 “항상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준 팬 덕분에 결코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이대호에게 얘기했다. “한국 팬들에게 감사하는 그 마음은 잊지 말되, 결코 뒤돌아보지 마라. 뒤돌아보면 한국이 보이고, 약해진다”고. “한국 최고 타자로서 어렵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반드시 일본에서 성공해야 한다. 네 어깨에 한국 야구의 자존심이 걸려있다”고.
지난해까지 상대팀 감독으로서 바라본 이대호는 ‘좋은 선수’였다. 내가 그의 진면목을 몰랐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허심탄회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그가 단순히 좋은 선수를 넘어 ‘훌륭한 선수’라는 점을 알게 됐다. 이대호는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진정성을 갖고 있었다. 부담감을 이겨내고 일본 무대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리란 느낌도 받았다. 그래서 덧붙여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이대호 파이팅”이라고,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스포츠동아 조범현 해설위원(왼쪽사진)은 5월 1일 연수차 일본으로 출국해 현재 일본프로야구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도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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