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 기자의 여기는 칸] 칸 입성 임상수 “빈 손으로 갈 수 없잖아”

입력 2012-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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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공식 일정과 더불어 아름다운 해변을 거닐며 모처럼의 휴식을 만끽하고 있는 ‘돈의 맛’ 주역들. 왼쪽부터 김강우·김효진·윤여정·백윤식. 사진제공|시너지엔터테인먼트

■ ‘돈의 맛’ 식구들 칸에서의 속살 토크

윤여정 “왜 나더러 ‘임상수의 페르소나’라고 하나”
임상수 “두 편이 경쟁부문 올라 중국·일본서 시기”
“말 많았던 엔딩 장면, 칸에서 꼭 재평가 받고 싶다”


지중해가 불러오는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마주앉은 배우들과 감독은 ‘못 다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낸다. 영화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고 멋이다.

17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해 중반을 넘긴 제6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 오랜만에 눈부신 햇살이 떴다. 개막 이후 줄곧 비가 뿌리던 날씨는 24일에서야 처음으로 맑게 갰다. 경쟁부문에 오른 영화 ‘돈의 맛’(제작 휠므빠말)의 임상수 감독과 주연배우 백윤식·윤여정·김강우·김효진은 칸의 첫 날을 화창한 햇살로 맞았다.

전날 밤 칸에 도착한 ‘돈의 맛’ 팀은 24일부터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한국 취재진 인터뷰로 첫 일정을 시작한 이들은 영화의 뒷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꺼냈다.

임상수 감독은 “모 재벌 여회장님이 굉장히 기분 나빠하더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고 윤여정은 “왜 나더러 ‘임상수의 페르소나’라고 하느냐”며 “임상수가 내가 늙은 여자라서 싫어한다”고 폭로했다. 김강우는 해변 야외 테이블에서 진행된 인터뷰 모습을 캠코더로 촬영하며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칸 국제영화제의 속살이다.

임상수 감독.



● 임상수 “중국·일본영화 기분 나빠할 걸?”

임상수 감독은 한국영화 두 편(홍상수 감독 ‘다른나라에서’)이 경쟁부문에 오른 걸 두고 “중국·일본에서 깜짝 놀라고 기분 나빠할 것이다”는 말로 ‘하녀’에 이어 2년 만에 칸에 다시 온 기분을 드러냈다.

“영화제 친구들은 한국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언제 타느냐고 묻는다. 이창동인지 박찬욱인지 아니면 나일지, 아무도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똘똘하다는 중견 감독 홍상수, 임상수가 왔는데 이번엔 뭐 하나 가져가겠지. 그냥 갈 수 없잖아. 그동안 수상 역사를 보면 깜짝 놀랄 수상작이 많으니까.”

임 감독은 재벌의 추악한 이면을 그린 ‘돈의 맛’의 고단했던 제작 과정을 신랄하게 ‘폭로’ 했다. 친한 남자배우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준 뒤 배우에게 들은 말은 이렇다.

“‘하녀’를 본 모 그룹 여회장님이 굉장히 기분 나빠했어요. 그러니까 그 회사에는 ‘돈의 맛’ 이야기하지 마세요.”

임 감독은 “투자하겠다던 배급사가 갑자기 ‘그룹 비서실에서 얘기가 나왔다’고 거절했고 재벌과 상관없는 투자사와 계약했더니 그땐 회사 사장이 바뀌었다”며 “약간 무서웠고 영화를 못 찍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백윤식이 ‘돈의 맛’ 시나리오를 읽고 내뱉은 첫 마디 역시 “아! 임 감독, 또 왜 이래?”였다. “임상수는 사회의 구도자 역할을 하려는지 소재가 참…. 사석에서는 임 감독에게 ‘이젠 소재를 넓혀 보라’고 권한다. 하하!”

윤여정은 일찌감치 제기된 수상 가능성에 부담스러운 눈치로 작정한 듯 취재진을 질타했다. “여러분 때문에 탈 것도 못 타겠어! 경쟁부문 진출작이 22편이고 거기 나온 배우들은 80명쯤 되는데, 상은 운이지. 이자벨 위페르도 두 편으로 경쟁에 올랐으니…. 게다가 위페르는 프랑스 배우잖아. 자국 배우 챙기지 않을까?”


● 감독도, 배우도 “엔딩에 대한 재평가받고 싶다”

임상수 감독과 배우들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원하는 게 있다. 한국 관객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던 마지막 장면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임 감독은 “영화제의 시각이 월등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면서 “유럽인들은 이주민과 바로 부딪치며 살고 자신들은 우아하고 우월하게 살지만 이주민은 그렇지 않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우리 관객이 ‘돈의 맛’에 나온 필리핀 여자 에바에게 느낀 감정과는 다를 것이다”고 말했다.

김강우의 생각도 비슷하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두 남녀 주인공의 심정으로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영화제에 온 사람들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궁금하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칸 국제영화제는 ‘에너지 충전소’라는 말은 임 감독이 했다.

“2년 전 ‘하녀’의 공식 상영 때는 ‘20대서부터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는 격려를 받았다. 돌아와서 빨리 다른 작품을 써야 한다는 에너지가 생겼고. 마치 아이들의 마음 같은데 ‘돈의 맛’ 시나리오는 칸에서 돌아오자마자 굉장히 빨리 썼다.”

반대로 세계 각국 취재진을 상대하는 배우로서는 ‘에너지 방전’이다. 윤여정의 말이다. 또 다른 주연작 ‘다른나라에서’ 일정이 끝나자마자 ‘돈의 맛’에 참여하고 있다.

“내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도 몰라. 에너지를 얻기는커녕 쓰고 있다니까. 하지만 수고스럽게 만든 영화를 이 곳에서 공개하는 건 굉장한 일이다.”

임상수 감독은 새 영화 계획을 ‘단답형’으로 공개했다. “필리핀 가수가 한국에 온다. 인신매매를 당하고 성매매 여성이 된다. 여기엔 미국 남자가 연관돼 있다. 주인공은 한국 형사다. 주인공은 주영작(‘돈의 맛’ 김강우 캐릭터)이다.”

김강우의 반응. “콜해준다면 한 번 더 해요”라면서도 단서는 달았다. “이번엔 나약한 남자 말고 마초로 해주세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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