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궁: 제왕의 첩’에서 파격 노출을 감행한 김동욱은 예의 귀여운 웃음을 띄며 말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한 여자를 향한 사랑으로 광기에 휩싸여 가는 유약한 왕 성원대군을 연기했다.
언론 시사회를 마치고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니까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 하지만 여배우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후궁: 제왕의 첩’은 6년 만에 돌아온 김대승 감독의 작품으로 에로티시즘을 극대화해 궁중 정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사랑 때문에 후궁이 되어 궁에 들어온 화연(조여정), 세상의 모든 여자를 품을 수 있어도 오직 화연만을 바라보는 슬픈 제왕 성원대군(김동욱),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내관이 돼서도 화연을 그리는 권유(김민준) 등 세 주인공이 피바람이 부는 지독한 궁에서 벌이는 애욕의 정사를 그렸다.
많은 이가 함께 출연하는 김민준이 왕일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하자 김동욱은 “당연한 것 같다. 왕이 가진 이미지나 관념들 때문에. 하지만 성원대군은 남성적인 왕이 아니다. 연약하고 여리고 아무것도 없는 왕이다. 이 때문에 제가 캐스팅된 것 같고….”(웃음)
김 감독은 “정사신에서 주인공들의 욕망을 표출했다”고 말했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베드신이 정말 힘들었다. 중전과의 원치 않는 합궁 장면은 수치스러운 정사를, 화연의 몸종 금옥과 나눈 정사는 가질 수 없는 여인에 대한 열등감의 폭발, 간절히 원했던 화연을 품에 안는 장면…. 감정을 표현하기가 정말 힘들었다”는 김동욱은 어느 장면도 감정선이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려웠다고 밝혔다.
“흥분할 겨를이 없다. 베드신은 액션!”
여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느냐고 물으니 “호흡이 잘 맞아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이 없다. 특히 조여정 씨는 나나 김민준 씨가 불편하지 않도록 먼저 연기의 부족함을 이야기해줘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며 배우들과의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정평이 나 있는’ 조여정의 몸매를 보면서 남자 김동욱은 사심이 안 들었냐고 짓궂은 질문을 하니 “절대 보지 말아야 할 부분이고, 남자 역시 노출 장면을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와 연기적인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 또 여자 남자의 뜨거운 몸의 대화가 아니라 격한 액션신을 찍은 기분”이라고. “오히려 흥분하는 게 더 힘들다”라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김동욱은 당연히 매 장면이 힘들었지만 유난히 고통스러웠던 기억으로 마지막 장면을 꼽았다.
“연기를 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 죽을 것 같은 순간이 왔었다. 감독님이 어땠냐고 묻는데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더니 ‘오케이’ 사인이 났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영화 초반에 사극과 어울리지 않는 말투로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이에 대해 김동욱은 “대군일 때는 소년이다. 그런 소년이 상황과 위치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말투가 달라지고 표현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관객들이 왕이 된 성원이 어색하다고 느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성원은 원치 않는 왕좌에 앉은 것이기 때문에 안 어울렸으면 좋겠다. 왕이니까 사극이니까 그런 느낌은 버리고 연기했다.”
김동욱은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파격적인 정사신, 전라 노출 등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에 대한 우려 때문일까.
“우리 영화는 야한 영화가 아니다. 원치 않게 야한 영화라고 이해하신 분들은 배신감을 느낄까봐 걱정이다. 다만 정사신이 자극적이고 파격적이라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misty8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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