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매력’ 류승룡, 이보다 섹시할 순 없다

입력 2012-06-04 15: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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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룡. 스포츠동아DB.

이 만한 반전 캐스팅이 또 있었을까.

다정다감하기보다 거친 남자에 가깝고, 수려한 스타일로 여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남자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배우 류승룡(42)이 택한 새로운 역할! 희대의 카사노바다.

하지만 ‘양다리’ 수준의 바람둥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대륙별로 수십명의 여자에게 사랑 고백을 받는 남자, 눈만 마주쳐도 여자를 반하게 만드는 남자, 알고 보면 첫사랑을 잃은 기억 탓에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는 남자가 바로 3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감독 민규동·제작 영화사 집)에서 류승룡이 연기한 카사노바 성기다.

민규동 감독은 시나리오를 완성하기도 전 식사 자리에서 류승룡에게 “세계적인 카사노바 역을 맡아보겠느냐”고 제안했다.

“밑도 끝도 없는 얘기를 하니까. 한국 카사노바도 아니고 그렇다고 블록버스터 영화도 아닌데 세계적인 카사노바라니. 그땐 한 귀로 흘렸어요.”

장난인 줄만 알았던 민 감독의 제안은 몇 달 뒤 완성된 시나리오로 류승룡의 손에 쥐어졌다.

자신을 염두에 두고 집필한 시나리오인 까닭에 성기란 인물은 류승룡의 마음을 당겼다.

영화는 권태기에 빠진 남편(이선균)이 이혼을 하기 위해 성기에게 자신의 아내(임수정)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세 주인공은 감독이 원한 캐스팅 1순위 배우들. 덕분에 각각의 캐릭터는 살아 움직이고 셋이 모여 만드는 이야기는 입체적이다.

신선한 이야기에 관객도 반응하고 있다. 5월17일에 개봉한 ‘내 아내의 모든 것’은 6월3일까지 전국 관객 278만4896명을 불러 모았다. 현충일인 6일에 300만 관객 돌파가 유력하다. 한국 영화 로맨틱코미디로 또 한 편의 흥행작이 탄생했다.

○현란한 작업의 기술…“실제론 한 사람의 마음만 빼앗았다”

류승룡은 영화에서 현란한 유혹의 기술을 보여준다.

그 가운데 핑거발레를 응용한 소 젖 짜기는 압권. 웬만한 베드신보다 자극적이다.

입만 열만 나오는 말도 화려하다.

자신을 소개할 땐 이름 대신 “나는 카사노바입니다”라고 한다.

류승룡은 영화를 본 여성 관객의 반응을 “아~후~”라는 괴성까지 곁들여 흉내내며 내심 즐기고 있었다.

성기의 작업 기술을 연기하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는 반응. 다만 마음에 걸린 장면은 하나 있다.

“낚시터에서 숭어를 산채로 씹는 장면은 혐오스럽고 비호감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래도 감독이 원하니까.”

류승룡은 성기를 “여백이 많은 인물”이라고 했다.

상대역 임수정은 속사포 대사를 쏟아내면서도 시나리오대로 소화했지만 “성기는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경우의 수가 백 개 쯤 될 수 있다”고 류승룡은 설명했다.

성기는 매 순간 화려한 제스처까지 곁들여 웃음을 만든다.

“성기가 만드는 부분은 연극적이죠. 실제로 연극 무대 경험에서도 도움을 받았어요. 리얼리티 영화를 하면 연극적인 요소와 억양이 어색할 때도 있는데 이번엔 달랐어요.”

아무리 영화라고 하지만 몸에 착 붙는 카사노바 연기가 그냥 나온 것 같지는 않았다.

류승룡과 성기의 공통점을 묻자 그는 “나는 한 사람의 마음만 빼앗으려고 했다”고 여지를 두지 않았다.

○“찬스가 왔을 때 실패한 확률은 99%”

류승룡은 만주어를 쓰는 데다 액션까지 했던 ‘최종병기 활’보다 이번 영화가 “더 힘들었다”고 돌이켰다. “갑옷 입고 변발한 건 육체적인 힘듦이었지만 코미디는 더 하면 오버고 덜하면 밋밋하니 경계선을 잡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메시지가 분명한 영화를 선택하고 있다”는 류승룡은 ‘내 아내의 모든 것’ 역시 같은 이유로 택했다.

“소통의 부재, 관계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영화”라며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강렬한 비주얼이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부가판권으로 보는 VOD TV가 아니라(웃음) 큰 스크린으로 반드시 봐야 한다”고도 했다.

류승룡은 영화 개봉 이후 관객들의 평가를 접한 뒤 마음을 영화 속 대사로 빗대 설명했다.

“바닷물이 짜다는 걸 다 마셔봐야 아는 게 아니듯…”이라고 성기의 대사를 읊더니 “관객들의 이모티콘 상태만 봐도 어떻게 느끼는지 알 것 같다”며 웃었다.

류승룡은 최근 충무로에서 ‘시나리오를 가장 많이 받는 배우’ 가운데 한 명이다.

막바지 촬영 중인 영화 ‘조선의 왕’에서 야망이 있는 정치가 허균을 연기한다. ‘조선의 왕’ 촬영이 끝나면 여름께 또 다른 영화 ‘12월23일’ 촬영을 시작한다.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가는 정신지체 아버지 역이다.

“현정화 탁구 감독의 인터뷰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찬스가 왔을 때 실패할 확률이 99%다’. 긴장하고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에요. 저도 욕심 부리지 않고, 흥행에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하죠. 흥행은 신의 영역이니까.”

연기를 제외하고라도 류승룡이 원하는 분야는 다양하다. 심야의 라디오 DJ와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특히 환경, 자연, 휴머니즘에 관한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이 욕심 난다”는 그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로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도 하고 싶다”고도 했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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