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연기 논란에 휩싸였던 박주영이 13일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홍명보 감독 동석한 기자회견서 해명
“축구로 ‘국위선양’할 욕심에 병역연기
이민·기피 의도 없어…부족한 내 생각”
올림픽대표팀 와일드카드 발탁 확정적
박주영 해명에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
1. 병역연기 공식해명 필요없다더니…왜?
2. 최강희 아닌 홍명보와 기자회견…왜?
3. 메달 생각 안하고 현역입대 약속…왜?
박주영(27·아스널)이 굳게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박주영은 1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병역연기와 관련된 논란을 해명했다. 평소 인터뷰를 꺼리던 그의 성격상 결코 쉬운 자리는 아니었다. 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과 함께 온 박주영은 성명서를 읽은 뒤 침착하게 질문에 답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선진축구를 배웠고 축구로 국위선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법률검토 과정에서 모나코에서 얻은 장기체류자격으로 병역 연기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작년 8월29일 병무청을 통해 허가를 받았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민을 위한 것도 병역면제를 받기 위한 것도 아니다. 축구를 더 하고 싶었던 부족한 생각이라 봐 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박주영의 병역연기는 그 동안 한국축구의 뜨거운 감자였다. 공식 해명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찬반논란이 일었고, 태극마크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박주영이 공식 입장을 밝힌 이상 논란은 잦아들 전망이다. 이제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닌 미래다. 박주영은 자신을 위해서나 한국축구를 위해서나 할 일이 많다.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고 더 발전된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올림픽팀에 기여
박주영의 올림픽 팀 와일드카드 발탁은 확정적이다. 홍명보 감독은 “와일드카드가 들어와서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누가 오든 빠른 시간에 녹아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박주영을 포함한 와일드카드의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 박주영이 후배들을 하나하나 이끄는 리더십까지 발휘할 필요는 없다. 팀에 잘 융화돼 홍 감독과 선수들의 믿음에 좋은 기량으로 보답하면 된다. 다행히 박주영의 적응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박주영은 기자회견을 안 하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한 이유 중 하나로 “홍 감독님과 코치님들 그리고 (아시안게임 때) 함께 해 왔던 선수들의 말 한 마디였다. 그들과 행복한 축구를 한다면 바랄 게 없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 이상으로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국가대표와 오해 풀기
이번 기회에 박주영은 대표팀 최강희 감독과의 오해도 풀 필요가 있다.
“최 감독과 박주영의 관계가 소원하다”는 의혹에 대해 박주영은 “아니다. 당시(축구협회가 기자회견 요청했을 때)는 병역문제로 송구스럽고 개인 입장정리가 안 돼 염치불구하고 국가대표에 선발해 달라는 기자회견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제가 나서서 기자회견하는 게 감독님의 선발 결정에도 부담을 드리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걱정이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어쨌든 박주영은 협회 요청은 거부하고 홍 감독 설득에 마음을 바꿨다. 본인의 심정은 그렇지 않다 해도 보여 지는 상황이 그렇다. 박주영이 협회와 최 감독에게 이해를 구하고 남은 앙금이 있다면 해소해야 한다.
○현역입대 약속 이행
박주영은 현역입대를 약속했다. 그는 “어떤 상황이 와도 현역으로 입대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약속을 지키려면 만 35세가 되기 전 해외장기체류 자격을 포기하고 국내에 들어와야 한다. 6∼7년 남았다. 올림픽 동메달을 따면 자동 면제가 되니 올림픽 팀에 합류하려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박주영은 “메달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현역에 입대하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그의 약속은 빛이 날 것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