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사커에세이] ‘제2의 박주영’ 사태를 대비하자

입력 2012-06-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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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스포츠동아DB

박주영의 병역기피 논란이 결국 기자회견이란 통과의례를 거쳐 올림픽팀 합류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언뜻 보아 ‘기자회견을 통한 소명’을 했으니 이제 A대표팀이든 올림픽팀이든 합류에 걸림돌이 없어진 게 아니냐는 분위기인데, 사실은 어정쩡한 결론이라는 생각에 혼란스럽다.

박주영의 설명을 대하면서 그가 왜 기자회견을 꺼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갔다. 본인의 진심을 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병역연기 과정이 편법이었음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박주영은 “이민을 가거나 병역을 회피하려는 뜻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건 진심일 것이다.

그런데 10년 장기체류비자를 어떤 사람들이 받게 되는가를 알게 되면 그의 설명이 모순임이 곧 드러난다. 모나코공국과 프랑스는 영주권 제도가 없기 때문에 10년 장기체류비자를 영주권으로 간주한다. 일단 10년 장기비자를 받으면 이후에는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10년씩 자동 연장되기에 그렇다. 문제는 영주권이든 10년 장기비자든 이것을 받으려면 그 나라에서 ‘영구 거주하겠다는 의사표시’가 전제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의사표시 방법은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해당국 은행계좌에 정기적으로 송금을 하거나 부동산을 취득하는 등 구체적인 행위를 필요로 한다.

만일 박주영이 이 같은 의사표시를 했다면 결국 이민 가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이고, 이것이 이민국 심사에서 통과됐다는 뜻이다. 그 과정이 생략된 채 모나코 정부가 10년 장기체류비자를 발급했다면 그 자체가 특혜라고 봐야한다. 병무청이 규정에 따라 37세까지 병역연기를 허용해준 것도 당사자를 예비이민자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병무청은 이민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병역연기 10년이라는 특혜를 준 것이다. 물론 박주영 병역연기는 합법이다. 과정이야 어쨌든 병무청이 요구하는 조건들을 구비했기에 아무도 태클을 걸 수는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 영주권을 취득한 선수들의 각급 대표팀 합류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머지않아 제2, 제3의 박주영이 나올 수 있기에 이 문제에 대해 축구협회가 분명한 원칙을 정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이는 결국 영주권자, 즉 합법적으로 병역의무가 유예된 선수들을 대표팀에 불러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국민정서를 고려해 부적격이라고 판단되면 처음부터 배제하면 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눈치 볼 것 없이 발탁하면 그만이다.

박주영 말고도 앞으로 영주권을 취득하는 대표급 선수들은 하나 둘 늘어날 것이다. 유럽공동체 국가들은 대체로 해당국에 5년간 체류하면 영주권을 부여한다. 벨기에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3년 정도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고, 또 박주영 케이스에서 보듯 해당 구단이 발 벗고 나서면 기간이 더 짧아질 수도 있다. 설기현은 사우디 클럽 6개월 임대를 합쳐 5년 체류기간을 채워 영국정부로부터 영주권을 취득했다. 7년을 거주한 박지성은 말할 것도 없다. 박주영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안도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대표팀 규정을 명확히 해야 모두 고생한 보람이 있을 것이다.

(주)지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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