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품’ X세대 감성…중년男들 빠졌다

입력 2012-06-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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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신사의 품격’의 ‘꽃중년 F4’ 이종혁, 장동건, 김수로, 김민종(왼쪽부터). 사진제공|SBS

■ “힘들게 번 돈을 왜 마누라·자식과 나눠쓰나”

‘꽃중년 F4’들 막힘없는 사랑·삶
X세대 보낸 40대 중년남들 열광
시청률 20%대 주말강자로 우뚝


‘X세대(1990년대 형성된 개인중심 세대)의 귀환?’

시청자도, 배우도, 작가도 이젠 중년의 초입, 40대 초반. 하지만 이들은 찬란했던 20대 초반의 취향과 감성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 24일 시청률 20%대(AGB닐슨미디어)에 진입하며 주말극 강자 자리를 굳힌 SBS ‘신사의 품격’은 그 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무대다.

장동건을 비롯해 김민종, 김수로, 이종혁 등 ‘꽃중년 F4’가 펼치는 짝사랑과 로맨스의 향연에 시청자가 적극 호응하고 있다. 이들 모두 적게는 30대 후반, 많게는 40대 초반. 이들이 김하늘, 윤세아, 윤진이, 김정난 등 상대 여배우들과 이어가는 사랑의 ‘밀당’(밀고 당기기)의 재미에 40대 초중반 시청자도 흠뻑 빠져들고 있다. 실제로 24일 방송분의 경우 또 다른 시청률 조사회사 TNmS 집계에 따르면 40대 여성→30대 여성→0대 여성→20대 여성→ 40대 남성 순으로 시청했다. 하지만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차이는 0.1% 차이에 불과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생동감 있는 캐릭터, 튀는 대사로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준다”면서 “여성 시청자는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과 세련된 사랑 방식에, 남성 시청자는 주인공들의 소년 같은 감성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한 “소년의 감성”은 곧 1990년대 초반 형성된 ‘X세대의 감성’. 자신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고 당당하며, 개인을 중시하면서 개성으로 무장한 X세대. 표현의 영역이 대폭 확장된 대중문화를 마음껏 향유하며 20대를 보낸 이들은 그 20여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감성을 유지하며 대중문화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1990년대 추억을 떠올리게 한 영화 ‘건축학개론’의 흥행,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으로 대변되는 1990년대 가요의 부활 등은 단적인 예다. 그리고 다시 ‘신사의 품격’을 통해 부활했다.

극중 ‘꽃중년 F4’의 캐릭터는 자신의 가치관에 충실하고 사랑에 막힘 없는 X세대의 개성을 드러낸다. 이들의 감각적인 패션 스타일에서부터, “힘들게 번 돈을 마누라와 자식과 나눠쓰기 싫다”는 강한 자의식을 드러내는 대사도 그 표현 양식이다.

인물들의 이런 솔직하면서도 당당한 면모가 “중년이 된 또래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정덕현)는 분석도 거기서 나온다. “기획 당시부터 남성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드라마”를 꿈꾼 ‘신사의 품격’ 제작사 화앤담 픽쳐스의 백혜주 이사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40대 초반 남자가 친구들과 함께 할 땐 철부지 같은 모습을 보이거나 여자에게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수다처럼 늘어놓는 장면도 솔직하고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를 바라보는 여성 시청자도 마찬가지. 또래 감성을 지닌 여성 시청자의 “‘내 남자는 어떨까?’라는 호기심”을 겨냥한 김은숙 작가의 전략은 “40대 남자들끼리의 은밀한 대화와 그 행태를 궁금해 하는 여자들의 심리”에 그대로 가닿은 셈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tadada11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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